[월요칼럼] 대립의 시대, 통합의 리더를 갈구하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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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4   |  발행일 2019-01-14 제31면   |  수정 2019-01-14
[월요칼럼] 대립의 시대, 통합의 리더를 갈구하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필자는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본다. 대학 때부터 그랬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전두환 정권 때는 언론이 통제되던 시기였다. 당시 TV뉴스는 ‘땡전 뉴스’라고 했다. 밤 9시를 알리는 ‘땡’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TV뉴스가 전두환 대통령의 동정부터 나온다고 해서 붙은 비아냥이다.

그 시절, 신문이 그나마 세상을 알려주는 매체였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기사에 제대로 쓸 수 없었던 통제 속에서도 신문들은 ‘상도동 인사’ ‘동교동 인사’로 표현하면서 민주화투쟁을 하는 그들의 움직임을 국민에게 알렸다. 상도동, 동교동은 그분들이 살던 서울의 동(洞) 이름이다.

학창시절 내가 좋아했던 논객은 조선일보의 김대중· 류근일, 동아일보의 김중배였다.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 그들의 칼럼 속에 녹아 있었다.

1991년 영남일보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출근한 날에 신문을 보지 않았던 날은 없었다. 영남일보뿐 아니라 보수신문, 진보신문 모두 다 본다. 기사보다 사설이나 칼럼을 더 많이 읽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나는 이렇게 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서다.

내 생각과 같은 칼럼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 생각과 다를 경우는 “이런 시각도 있구나”라면서 인정한다. 내 생각도 맞고, 상대의 생각도 맞다고 인정한다. 최소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신문을 보면서 어떤 가치가 옳은지 혼란스럽다. 혼란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서 시작됐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되고, 그 정부에서 일했던 수많은 인사들이 감방에 갔다. 보수 대통령 집권기간에 이뤄졌던 많은 일들이 예전엔 성과였는데 지금은 적폐로 바뀌었다. 4대강 사업 이후 홍수피해가 없어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맞네”라며 수긍한 적이 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방침에 맞춰 먹거리를 찾으려는 기업들도 봤다. 내가 본 것조차 부정당하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그래서 뭐가 옳은지 보려고 신문의 사설·칼럼을 더 열심히 본다. 보수신문만 보면, 문재인정부는 정말 잘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정책으로 우리 경제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집권층의 접근방식은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며, 오만한 권력에 불복종할 권리까지 있다는 말을 한다.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보수신문의 논리에 빠져 균형을 잃을 것 같아 진보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다. 진보신문을 보면 보수신문의 진단은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며, 적폐세력의 저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바람직한 것이니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보신문 역시 분명한 논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양비론(兩非論)이나 양시론(兩是論)이 끼일 틈이 없다. 현재 우리 사회가 그렇다. 언제부턴가 진영논리로 사회현상을 해석한다. 우리 편 아니면 남의 편이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제3지대가 존재하기 어려울 만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대립이 치열하다. 광복 후 좌익과 우익이 격렬하게 싸울 때를 제외하고,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가 대립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다음 정권이 보수정권으로 교체된다면 감방에 가야 할 사람들이 여럿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안을 수 있는 지도자가 기다려진다. 어떤 진영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더라도 당선 이후에는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쿠데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그는 전·노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였다. 극렬한 대립의 시대인 지금,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간절하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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