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대구경북 프로젝트 .3]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 박종문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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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  발행일 2019-01-15 제6면   |  수정 2019-02-20
‘인위적 통일’말하지 않는 文정부…“잦은 교류가 통일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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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실향민은 임진각에서 북녘땅을 바라보며 이산가족의 설움을 달래고 있다. 명절 때는 망배단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다. 망배단 너머 북으로 이어진 경의선 임진강 철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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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검문소는 북한으로 가는 관문이다.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출입하는 차량이 크게 늘었다. 윤관식기자

남북관계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후 완전히 단절됐다. 그동안 힘들게 구축해 놓은 최소한의 연락채널마저 끊긴 위험한 상황이 지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7월6일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두 달(9월3일) 만에 제6차 핵실험으로 반응해 왔다. 11월29일에는 ‘화성-15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 핵보유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핵은 민족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리고 주변국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제사회의 평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돼야 하는 숙제다. 그러나 온갖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정권이 순순히 핵을 내놓을 리는 만무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요원해 보였고, 한반도 정세는 불확정성이 크게 증가했다.

文,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원해
서로가 다름 인정, 협력하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가능

남북관계와 북핵 병행추진
선후문제가 아닌 상호보완
신뢰구축되면 비핵화될 것

인도적 지원·지자체 교류 등
사람과 물자 왕래 많아지면
분단 장벽 자연스럽게 붕괴
사실상의 통일 단계에 도달

◆악순환의 고리 끊는 3-NO

1990년대 초반 이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면 국제사회는 제재를 가하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다시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한국 내부의 정권 교체로 인한 대북정책의 전진과 후퇴 반복,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북한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 남남갈등 등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북핵에 대한 주변국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국내외 여건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과거와 달리 국제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남북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고도의 정책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문재인정부는 결과적으로 북핵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체제의 안전을 고려하는 포괄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북 간 상호 존중의 정신과 신뢰에 기반해서 북핵문제를 근원적,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즉 상호존중의 정신이 바탕에 깔린 정책추진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상호존중 원칙이 잘 드러난 것이 현 정부의 ‘3-NO’ 입장이다. 북한 붕괴 불원(不願), 흡수통일 및 인위적 통일 불추구(不追求)가 그 내용이다. 한마디로 북한 붕괴나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원칙 아래서 남과 북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잘사는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현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 나가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이 정책기조에 2018년 1월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히면서 남북대화는 급진전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남북미 정상 간 연쇄접촉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

◆평화공존·공동번영 추구

남북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평화 추구다. 평화가 정착돼야 남북한이 공존할 수 있고 통일의 문도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본다. 특히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평화는 생존의 문제이자 최고의 국익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경제적 번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토대이기도 하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평화공존은 남북 주민 모두가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고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전쟁 없는 상태가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반면 북한 주민은 절대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경제격차가 10배라는 분석도 있다. 남북 왕래가 없고 분단이 고착화한 시절에는 서로 관계없는 경제권으로 상호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남북 간 평화공존 시대는 경제적 교류가 활발할 전망이다. 사람과 물자의 소통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남과 북은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이고, 북한경제 또한 대외 자본투자가 진행되면서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주민생활 수준 향상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라는 큰 틀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 연계와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과거 대북정책은 남북문제로만 인식됐다. 주변 일본·중국·러시아·미국과는 개별 외교관계로 진행됐다. 다소 진전된 그림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정도였으나 대화보다는 대결로 소모적인 논쟁만 벌였다. 반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는 남북은 물론 주변국, 국제사회로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남북·남북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미한일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주변국과 국제사회 모두에 이익이 되는 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물론 마지막 냉전구조 해체를 통한 세계평화를 촉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환동해권, 환서해권, 접경지역 등 3대 경제벨트 구축을 통해 대륙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남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와 경제적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사업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경제정책 효과를 노리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병행 진전

과거 정부는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현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선후 문제가 아닌 상호보완을 통한 선순환 구조로 보고 있다. 남북 간 대화, 인도적 지원, 경제교류를 통해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비핵화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거나 핵실험을 중단했을 때는 남북관계가 순항하던 시기들이었다.

그렇다쳐도 제재와 압박이라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기본틀은 유지할 전망이다. 제재와 압박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유효한 전략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남북 간 신뢰가 쌓이고 제재완화와 북핵폐기가 서로 상응해서 진전되면 남북 평화공존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의 통일 추구

현 정부 한반도 정책에서 의도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용어가 있다면 ‘통일’이다. 현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평화’라는 단어를 더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통일’정책을 펴고 있다. 비핵화가 이뤄져 본격적인 교류시대가 열리면 현재의 분단구조는 급속히 무너질 전망이다. 휴전선 비무장화, 사람과 물자의 자유 왕래, 상시적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뤄지면 남북한 두 정치체제는 유지되지만 실질적인 분단의 장벽은 허물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유아 등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민간 및 지자체의 교류 활성화 등으로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민족 동질성 회복도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 경제협력이 본격 추진돼 성과를 거두면 남북관계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되면서 남북 간 경제통합의 원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남북한 사이에 자본, 기술, 노동력이 경계를 넘나들고 자유방문이 가능해지면 궁극적으로 남북 간 분단이 형식에 불과한 상태까지 진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즉 남북한의 경계가 무의미한 사실상의 통일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 간에 성숙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정책이다. 비핵화→평화공존→공동번영→민족동일성 회복→통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통일을 추구하되 통일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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