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임원·상의 “김태오 지주회장 행장 겸직 지지”

  • 최수경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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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  발행일 2019-01-15 제16면   |  수정 2019-01-15

DGB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의 김태오 지주회장의 한시적 은행장 겸직 결의와 관련해 14일 은행 현직임원 및 노조, 대구상공회의소 등이 일제히 성명서를 쏟아냈다. 자추위 결의 내용을 15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29일 예정)에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판단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구은행 현직 임원(상무 이상)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은행임원 일동 명의로 ‘자추위 결정에 대한 임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직 은행임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은행 조직의 안정과 발전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10개월간 이어온 은행장 장기 부재상황도 이제는 반드시 종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정상화 위한 최선의 조치”
자추위 결의 찬성 성명서 발표
3급 이상 간부노조 맹렬히 반대
사외이사 4명 입장표명 ‘부담’
임추위 18일까지 결정 미룰 듯


이어 “우리 은행 임원들은 현 경영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100년 은행으로 지속성장시키기 위해 헌신적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면서 자추위 결정에 대한 공감과 함께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은행 노조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놨다. 다수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은행 사외이사들의 무능한 판단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CEO의 거수기 노릇을 하면서 조직의 위기를 전 직원에게 전가시킨 책임의 중심에 있던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거나 고질적인 파벌 부활의 우려가 있는 부적합한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그 기회를 날려버리고 오늘의 결과에 이르게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지주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도 “이번 결정이 한치의 사심 없이 오직 조직을 위한 것이었음을 직원 및 지역사회에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하나로 보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에 대해선 “조건부이긴 하지만 겸직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3급 이상 은행 간부들로 구성된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대구은행 노조(제2노조)는 보다 강도 높게 이번 결정을 비난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노동조합과 전 임직원, 지역사회는 겸직을 결단코 반대하고, 은행 임추위는 지난 9일 겸직불가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에 따라 부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2노조는 이번 자추위에 이해당사자가 개입함으로써 회의결과에 대한 위법성이 있다며 결정무효를 주장했다.

이들 은행 구성원 외에 지역 최대 상공인 협의체인 대구상공회의소까지 이번 자추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구상의 회장단 일동 명의의 이 입장문에는 김 회장의 행장겸직에 대한 지지의 뜻이 담겨 있다.

대구상의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겸직 결의가 향후 뛰어난 은행장을 양성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이고, 은행장에 추천할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한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대구은행이 행장 직무대행 체제를 청산하고, 경영정상화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과정을 거쳐 힘들게 결의된 사안인 만큼 대구은행이 하나로 뜻을 모아 더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면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의 자세로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역경제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일련의 금융안팎의 입장표명은 15일 열릴 예정인 은행 임추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은행 임추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오리무중이다. 기존 겸직 반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부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은행 현직임원과 대구상의의 겸직 찬성 의견을 뿌리치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임추위가 지역여론을 좀더 수렴하는 측면에서 임추위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연기하더라도 전체 후계승계절차 일정상 오는 18일까지는 겸직에 대한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외이사들간 표결도 점쳐진다. 여러모로 은행 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4명의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안정이라는 대의 앞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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