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쿼바디스, 영남권공항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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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  발행일 2019-01-15 제30면   |  수정 2019-01-15
부산, 가덕도 공항 재추진
2016년과는 상황 달라져
대구공항 이전에 악영향
이전비용 급증에 여론 부담
대구, 출발선에서 재검토
[화요진단] 쿼바디스, 영남권공항
윤철희 편집국 부국장

대구 통합신공항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점화하면서다. 2016년 정부와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합의했던 영남권공항 ‘투트랙(대구통합신공항-김해신공항) 결정’ 당시보다 부산의 공세는 더 거세고, 그 파장도 만만치 않다. 내년 치러질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던 영남권의 신공항 갈등이 다시 분출할 모양새다.

여당 소속인 오 시장의 이번 신공항 전략은 치밀하고 정교하다. 2016년 당시 부산·울산·경남의 의견이 쪼개지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해 이번엔 극도의 신중한 접근법을 구사한다.

우선 경남, 울산과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김해공항 확장 건설계획안의 안전과 소음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여기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부산권 여론이 악화되는 시기를 활용해 부·울·경 공동으로 ‘김해신공항 합의’ 백지화를 선언, 청와대와 여권에 강펀치를 날린다.

오 시장은 “박근혜 입김 들어간 김해신공항, 절대 안 된다”며 당시 결정을 적폐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대구·경북의 반대 명분까지 차단한다. 그는 “대구·경북에선 통합공항을 건설하니,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전을 편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이런 오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과거 ‘투트랙 신공항 합의’ 때와는 달리 여야가 교체되는 등 정치 환경이 변한 탓도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 5명을 당선시켜 주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한 인물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부산의 한국당 국회의원마저 ‘지난 총선 당시 문 후보가 약속했던 가덕도 신공항 착공은 사실상 공약’이라며 대놓고 채무 청산을 요구한다. 부산권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여권이 내년 총선에 앞서 ‘가덕도’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라는 개연성이 높아진다.

영남권 신공항은 민주당 입장에선 ‘꽃놀이패’다. 가덕도에 힘을 실어주면, 부산권 표심을 가져올 수 있다. TK에는 지지 기반이 약해 손해날 게 크지 않다. 자유한국당엔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 밀양과 가덕도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미봉책을 내놓은 게 그 때문이다.

가덕도 이슈는 대구를 여러모로 불리한 형국으로 내몬다. 내심 대구통합공항을 영남권 거점공항으로 건설하려던 계획은 좌초된다. 정부의 인프라건설 지원마저 못 받는다면 평범한 지방공항으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통합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권영진 대구시장도 사면초가에 놓일 처지다. 영남일보 신년 여론조사 결과, 대구시민 과반수가 통합공항 이전을 반대한다. 심지어 동·북구 주민 절반 이상이 현 위치 고수를 원한다. 공항 이전 건설비도 부담된다. 국비로 추진되는 부산과 달리, 대구통합공항은 결국 시민들 쌈짓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부 대 양여라는 제도는 가난한 비수도권 자치단체를 더 옭아매는 족쇄다.

국방부는 한술 더 뜬다. K2기지 이전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이전 비용은 11조원대로 급증한다. 지역민의 여론 악화를 부채질한다. 돈 대주고 갑질까지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사업을 대구시민들이 통 크게 받아줄지는 의문이다.

영남권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판도라 상자다. 벌써 갈등과 혼란, 불신의 싹이 움튼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시의 입장은 ‘공식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전부다. 그런 안일한 인식은 역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2016년 당시 정부와 여권을 과신하다 ‘밀양’을 놓친 낭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출발선부터 옳은지 검증해야 한다. 대구공항은 연간 400만명이 이용하는 필수 교통시설이다. 이 정도 규모이면 시민 편의도 지역 발전만큼 중요한 변수다. 권 시장의 솔로몬식 지혜를 기대한다.

윤철희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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