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새해는 설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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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  발행일 2019-01-15 제31면   |  수정 2019-01-15
[CEO 칼럼] 새해는 설렘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정원을 산책한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기에 그리 넓지는 않아도 잔디밭도 있고 담장 주변에 여러 종류의 나무도 있으며, 조그만 텃밭도 있다. 이른 봄부터 땅을 움직이는 새싹과 매일 다른 인사를 하였으며, 한여름 장맛비에는 우산을 쓰고라도 그들과 서로 축복을 한다. 가을철에는 감, 사과, 대추 등 여러 결실들이 함께한다. 한겨울에도 이불 속 온기가 가시지 않은 차림으로 나와서 서리 내린 잔디를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맑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손에 든 뜨거운 차 한 잔만으로도 오늘을 충분히 순하게 시작한다. ‘오늘은 어떤 행복한 일이 있을까.’ 매일 10여 분 동안의 나들이 중에 그들과의 대화에서 변하지 않는 화두다.

점심에 아름다운 사람과 식사 약속이 있다면 미소가 스며나고, 저녁에 멋진 친구와 술자리는 어제저녁의 과음과는 다르게 벌써 기다리는 마음이 급하다. 오후에 골프 라운딩 약속이라도 있는 날은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이라도 마음은 이미 최소 싱글 핸디며 최저타를 기록해 버린다. 출장 스케줄이 있는 날은 열차 속 여행의 즐거움에 미소가 스며나고 새로운 만남의 기대가 즐겁다. 가끔 외국 여행이 예정되어 있을 때는 누구나 그런 것처럼 이미 마음은 먼저 여행지로 보내고 몸만 산책을 하고 있다. 간혹 마음에 너그럽지 못함이 있으면 그들에게 시를 들려준다. 이채 시인의 ‘이 아침의 행복을 그대에게’나 이해인 수녀님의 ‘나를 키우는 말’ 등이다. 이런저런 몇 편의 시를 들려주다 보면 행복한 사람, 감사한 마음,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2019년의 아침을 산책한다. 시간이나 세월은 영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자연의 이치로 계절이 있으며, 사람이 만든 한 달의 열두 번 반복으로 일 년이 만들어졌으니 이 달이 새해의 첫 달이 된다. 하루의 아침처럼 이 달이 ‘올해의 아침’이기에 아침의 싱그러움을 설렘으로 시작하고 싶다.

작년 5월에 시작한 수영은 지난 8개월 동안 설렘을 주었고 올해도 또한 기대와 즐거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과음한 다음 날이나 여행과 출장으로 즐기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하루의 일과에서 거의 빠뜨리지 않았으며, 새해에도 설렘의 소재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 책을 멀리하는 편은 아니지만 읽고 느끼는 기쁨을 한 달에 한 번은 부족한 듯하여 작년 하반기부터 두세 권으로 늘렸는데 행복이 그만큼 늘었다고 생각한다. 동반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시가 일곱 개 정도 있는데 새해에 서너 개 정도 더 가질 수 있다면 또한 설렘이 늘어난다. 1년을 약정하고 부족한 능력으로 어렵게 열세 번을 지킨 본 칼럼의 올해 연장 제안에도 걱정보다 설렘이 컸기에 오랜 망설임 없이 시작했다.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골프도 올해는 이븐파 이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늘 있으며, 클럽 챔피언은 못 되겠지만 대회에 참가를 한다면 그것만으로 한참은 설렘이 함께한다고 생각된다.

해가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해를 걱정한다. 그렇지만 “걱정을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도 안 하겠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우리는 너무 미래에 대해서 불필요한 준비와 불안감이 많다. 우리 범인(凡人)들의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선거 때나 하면 되는 것이고, 경제에 대한 걱정도 기업의 대표자나 관계자가 할 일이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새해를 설렘으로 맞이하며 개인의 행복을 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보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한다. 바꾸어 말하면 가슴에 설렘이 있어야 청춘이라고 할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한 살을 또 더하게 되고 숫자적인 청춘과는 조금 더 멀어지지만 설렘과는 멀어질 이유가 없다. 새해에 국가나 사회를 위한 대단한 걱정보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설레는 일을 많이 만들고 계획하였으면 좋겠다. 이양하 수필 ‘신록예찬’에서 작가의 숲 속 조그만 소나무 그루터기, 그의 자리에서도 설렘이 함께하였기에 예찬을 할 수 있었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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