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부터 노래 재능기부…“봉사날, 부모 뵙는 기분”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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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  발행일 2019-01-16 제14면   |  수정 2019-01-16
주 4∼5회 활동 이명술씨
“특별한 사람이 하는줄 알던
재능기부 처음한 날 못잊어”
4년전부터 노래 재능기부…“봉사날, 부모 뵙는 기분”
4년째 노래봉사 활동을 하는 대구의 이명술씨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명술씨 제공>

“내 발걸음이 이렇게 빠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이명술씨(62·대구 달서구 용산동)는 첫 봉사활동을 위해 집을 나서던 그날의 기억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재능기부를 자신이 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위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 왔다. 그는 결혼 전 직장 노래자랑은 물론 행사 때마다 뽑혀 다닐 만큼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이씨는 재능을 기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재능 기부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걸로 생각했다는 것.

이씨가 노래로 재능기부를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백팩을 메고 불교대학에 갔다가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는 동료를 만났다. 그와 얘기하다보니 각종 지역행사에서 수상한 경력 등 노래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씨는 노래를 부르는 봉사활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첫 봉사는 한국불교대학의 무료급식 행사였다. 이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아주니, 어르신들 역시 불편한 몸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좋아했다. 이씨는 “손에 꼭 쥐고 있던 건빵이 땀에 젖어 눅눅했지만 잠시 주저함도 없이 받아먹었을 때 환하게 웃는 한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이씨는 주 4~5회 봉사활동을 한다. 이씨를 포함한 같은 봉사단 회원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씩 6곡을 부른다. 이씨는 ‘여자의 일생’ 등 주로 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부른다. 상황에 따라 진또배기 등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재치 있는 유머로 재롱도 부린다.

이씨는 양가 부모 모두 돌아가셔서 봉사 활동을 하는 날은 자신의 부모를 뵈러 가는 것처럼 기쁘고 신이 난다고 한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한 결과, 지난해 말에는 지역의 한 단체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노래봉사는 계속할 것”이라며 “병들고 지친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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