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헝그리 정신도 한계가 있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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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  발행일 2019-01-16 제30면   |  수정 2019-01-16
AFC참가 국내 4개팀 보면
대구FC 지원이 가장 초라
칭찬과 격려 립서비스로만
또다른 기적 바라는건 무리
선수들에 어른적 도리해야
[동대구로에서] 헝그리 정신도 한계가 있다
유선태 체육부장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 각국의 프로축구리그 우승 클럽과 상위 클럽들이 참가해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16개씩 모두 32개 클럽이 참가해 경합을 벌인다. 우리나라 클럽팀들은 첫 대회부터 출전했다. 2006년과 2016년 전북현대, 2009년 포항스틸러스, 2010년 성남일화천마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울산현대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 3월부터 열리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에 우리나라는 지난 시즌 K리그1 1·2위 클럽, 한국축구연맹(FA)컵 우승 클럽, K리그1에서 3위를 차지한 뒤 다른 나라 클럽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리한 클럽 등 모두 4개 클럽이 출전한다. 전북현대, 경남FC, 대구FC, 울산현대 등이다. 이들은 어떻게 AFC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고 있을까.

전북현대와 울산현대는 현대가(家)의 형제다. 2018 K리그 연봉 현황에 따르면 전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5억2천196만9천원으로 상주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전체 11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울산은 2억6천703만9천원으로 2위다. 이들 클럽은 재벌가의 형제답게 이전부터 모기업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뛰어난 선수들을 확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호시탐탐 더 좋은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데 별 문제가 없다. 지난해 K리그1 돌풍의 주역인 경남FC의 행보는 바쁘고 알차다. 경남FC의 지난해 호성적 뒤에는 말캉이라는 스트라이커가 엄존한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말컹을 전력 외로 분류한 경남FC는 5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말컹의 이적료와 19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예산을 실탄삼아 K리그에서 검증된 이름있는 자원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대구FC로 눈을 돌려보자. 김해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16일 중국으로 동계훈련을 떠난 것 이외에는 눈에 띄는 전력보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세징야와 월드컵 스타 조현우의 이적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도 이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 예산 문제는 어떤가. 대구FC는 최소한 경남FC 만큼의 돈이 있어야 K리그1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대구시는 총액기준으로 170억원 정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엔 시예산, 기업 후원, 전용구장 네이밍 마케팅, 전용구장 부대시설 임대 및 주차장 수익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확정된 건 대구은행 그룹의 연간 후원 비용 30억원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액된 시예산은 의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전용구장 네이밍 마케팅은 계약 주체간 상당한 금액 차이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용구장 부대시설 임대 및 주차장 수익은 구장 활용 빈도에 비춰봤을 때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14일 ‘대구FC FA컵 대회 우승 기념행사’가 열렸다.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어른들이 선수단에 칭찬과 덕담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구FC가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의 예산을 지원해 주겠다고 확정해 주지 않은 채 또다시 분발을 강요(?)했다.

지난해 선수 1인당 평균 9천805만5천원으로 K리그1 전체 구단 가운데 연봉 꼴찌를 기록한 대구FC는 FA컵 우승이라는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일궜다. 그러나 최저 연봉 선수들에게 더 이상의 지원없이 또 다른 기적을 바라는 건 책임있는 어른들의 도리가 아니다.

헝그리 정신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그것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나 되는 선진국에서 말이다.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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