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송재정 작가 "판타지물에서도 감정은 리얼해야"

  • 입력 2019-01-16 00:00  |  수정 2019-01-16
"원래는 타임슬립극으로 구상…'포켓몬고' 열풍에 게임 소재 택해"

 송재정(46) 작가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현실과 현실이 아닌 이세계(異世界)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인현왕후의 남자'(2012)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은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 혹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는 타임슬립극이었다. 'W'(2016)에선 웹툰 속 가상 세계가 현실과 포개진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 궁전')은 증강현실(AR) 게임이 현실로 넘어오는 버그가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판타지 드라마로 명성을 쌓은 송 작가는 15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판타지에선 뭘 하든 상관이 없지만, 인간 감정의 리얼리즘은 매우 중요하다"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으로 '감정의 리얼리즘'을 꼽았다.


 그는 "판타지물에선 외계인과 사랑에 빠지는 일도 가능하지만, 사랑까지 가게 되는 감정은 리얼해야 한다"며 최근 '알함브라 궁전'에 쏟아진 지루하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우(현빈 분)가 계속 패배하는 상황에서 그의 감정에 집중했어요. 유진우가 쉽게 고난을 극복해서 게임 세계의 영웅이 된다?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계속실패하고 밖으로 밀려난 재벌 남자가 금방 일어설 수 있는 게 외려 이상했어요. 희주(박신혜 분)와의 관계 또한 감정의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보니 멜로가 늦어진 감이 있죠."


 국내 최초로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삼은 만큼 '알함브라 궁전' 구상 계기에 관해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송 작가는 "원래는 'W'를 끝낸 후 타임슬립 3부작 가운데 3부에 해당하는 마지막 편을 하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얘기는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가 호텔에 묵다가 낯선자가 찾아와 문을 열어줬다가 총에 맞아 쓰러진다, 여기서 시작하는 얘기였죠. 근데쓰다 보니까 타임슬립극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욕구가 잘 생기지 않았어요. 소재에서 뭐가 없을까 방황하던 중에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죠."


 송 작가는 드라마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순풍산부인과'(1998∼2000),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2002),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같은 시트콤 작가 출신이다. 송 작가는 정통 드라마 작법을 배우지 않은 자신의 경력에서 독창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 작가인데 영화랑 책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정통 드라마에서 많이 벗어나 있고, 이상하고 낯선 혼종의 얘기를 짜는 것 같아요. 드라마 작법을 공부하거나 연습해본 적도 없어요."


 그는 "16부작 드라마는 16개의 엔딩을 미리 정하고 쓴다"며 "캐릭터는 그대로 가져가되 매번 30분 이내에 완결을 내야 하는 시트콤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송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하지만 자신의 드라마에 대해선 '굉장히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알함브라 궁전'도 고대 영웅신화에서 출발해요. 유진우는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 같은 인물이죠. 잘난 왕인데 왕위를 노리는 자들에 의해 반격도 당하고, 세이렌의 유혹같이 초현실적인 일도 겪고요. 현실과 초현실, 양쪽의 고난을 겪는 영웅의 이야기죠."


 차기작으로 뭘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송 작가는 게임에 대한 흥미가 가시지 않은 눈치였다.


 "이번 작품에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분들을 배려하느라 낮은 단계의 게임 룰만 설명하고 끝났어요. 이젠 조금 더 복잡한 얘기로 들어가고 어려운 퀘스트로들어가도 이해하시지 않을까 해요. 좀 더 개발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요."


 송 작가는 결말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겐 끝까지 호기심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엠마에게 천국의 열쇠를 건넸다고 끝난 게 아녜요. 엠마의 중요한 역할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왜 엠마가 엠마여야 하는지, 왜 희주가 엠마인지 마지막 2회가 남았으니 지켜봐 주세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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