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엽총’피고인 “공무원 30명 죽이려 했다”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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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7 07:15  |  수정 2019-01-17 07:15  |  발행일 2019-01-17 제2면
■ 국민참여재판서 무기징역 선고
檢 “계획범행에 교화가능성 낮다”
변호인 “주민과 갈등 중재미흡 탓”
양측 “사형구형” vs “과하다” 팽팽
배심원 평결 3명“사형”·4명 “무기”

“봉화군수와 경찰서장을 포함해 공무원 30명을 죽이려 했습니다.” 16일 오전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현찬)의 심리로 열린 ‘봉화 엽총난사 살인 사건’(영남일보 2018년 8월22일자 1·3면 보도)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78)는 피고인신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재판이 시작되자 A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배심원 7명도 자못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재판 내내 증인 등의 진술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방청석은 유족 등이 몰리면서 가득찼다.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배심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용어 선택에서부터 손짓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검찰 “사형”-변호인 “과하다”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선량한 공무원 두 명(고 손건호 사무관, 고 이수현 주무관)을 살해한 데다 교화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검찰은 A씨가 범행 전 미리 수렵면허를 취득한 점, 수도관 연결 등을 놓고 마찰을 빚던 이웃 승려 B씨(48)를 살해할 목적으로 사격 연습까지 했던 점을 예로 들며 계획된 범행임을 강조했다. 검사가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장을 담은 사진이 스크린에 나타나자 방청석은 울음바다가 됐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사형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B씨가 마을로 이사 온 2016년부터 지속적인 다툼이 발생한 데다 B씨가 A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것. 이 과정에서 경찰과 면사무소의 중재가 미흡해 A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증인들도 양측 주장에 힘을 보탰다. 손 사무관의 부인 C씨는 “남편이 소천면사무소에 발령 받은 지 2주 만에 숨졌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피고인 측 증인 D씨는 “A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적으로 승려 B씨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검사 측은 최종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게 준비된 데다 이웃 간의 다툼이 무고한 목숨을 뺏을 동기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2016년 양양 일가족 방화치사 피고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을 사례로 들었다. 한편 A씨는 “B씨를 끝내 죽이지 못한 게 한이고 나라를 좀먹는 공무원 30명을 죽이려 했다”고 말해 유족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재판부 무기징역 선고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3명은 사형 평결을, 4명은 무기징역 평결을 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웃 간의 다툼과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 두 명을 살해했고 동기와 계획성, 잔혹성을 판단하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하지만 피고의 범행이 계획적이지만 우발적인 점도 있다. 또한 범행의 악성이 하늘을 찔러 능히 천벌을 받을 만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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