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명분 준 자충수…“2개 관문공항은 무리”

  • 진식,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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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7 07:23  |  수정 2019-01-17 10:08  |  발행일 2019-01-17 제3면
‘영남권 신공항 빅딜 제안’ 우려의 시선
20190117
16일 오후 의성군 비안면 신공항 후보지를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일행이 통합신공항 후보지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이 현장 방문을 항의하며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시장·경북도지사가 16일 사실상 ‘통합대구공항 선(先)추진’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빅딜을 제안하면서 과연 1천300만 인구의 영남권에 대규모 국제공항 2개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군공항에 얹혀가는 통합대구공항이 24시간 관문공항으로 장거리 노선 취항을 목표로 하는 가덕도신공항에 맞서 얼마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고육책이냐 자충수냐

K2(군공항)·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이날 발언은 지지부진한 통합대구공항 건설을 조기에 확정지으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대구공항 사업은 작년 3월 이전 후보지로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2곳을 선정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군공항 이전사업비를 놓고 대구시와 국방부 간 수조원 이상의 큰 시각 차이를 드러내면서 공방을 주고받다 결국 해를 넘긴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 도지사는 지난해 12월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비공개로 만나 최종 후보지를 먼저 선정한 다음 실시설계 등을 통해 정확한 이전사업비를 선정할 것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대구공항 우선건설 전제 깔았지만
부울경 ‘김해 확장 반대’ 힘 실어준 꼴
文정부 가덕도신공항으로 선회할 수도

관문공항 2곳 건설비 감당 녹록지 않아
“TK 광역長 공약이행에 쫓겨 사업추진”



이 와중에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은 최근 한목소리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반대를 천명하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노골화하고 있다. 자칫 통합대구공항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도지사의 가덕도신공항 허용 발언은 비록 통합대구공항 우선 건설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건부 용인은 정부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덕도 재추진 명분줬나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줄기차게 “대구와 경북은 통합대구공항을 추진함에 따라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영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놓고 밀양과 가덕도 간 경합을 벌이다 엉뚱하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고, 이에 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등장한 게 바로 K2와 대구공항을 함께 옮기는 통합공항 사업이라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즉 대구와 경북은 밀양신공항이 물거품되면서 통합공항을 취한 만큼, 부울경이 가덕도신공항을 다시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논리다. 김해신공항이 24시간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반영됐다.

이런 오 시장의 주장에 그동안 대구시와 경북도는 함구로 일관해 왔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이 마뜩지 않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 정부 차원에서 김해신공항 확장 방침에 변함이 없어 대응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도지사의 가덕도신공항 조건부 찬성 발언으로 부울경 입장에선 김해공항 확장 반대에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도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여당도 대구·경북의 눈치를 보지 않고 김해공항 확장 철회 및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김해신공항 건설비용(5조9천억원)과 가덕도신공항 건설비용 간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총선 등을 앞두고 이탈하는 PK민심 잡기에 유용한 수단이란 점 △대구통합공항은 어차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만큼 가덕도신공항만큼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손해볼 것 없는 빅딜로 판단할 수 있다.

◆영남 2개 관문공항 가능할까

하지만 영남권, 즉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지역에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제2의 관문공항 2개를 짓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 재정부터 여의치 않다. 김해공항 확장비용(5조9천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오 시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는 6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통합대구공항 사업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공항 이전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통인프라 구축에 적어도 1조5천억원이 든다. 양쪽 합쳐 7조5천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나라 곳간이 영남권을 위해서만 감당하기엔 녹록지 않다.

중복 투자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대구공항은 물류허브공항이 기본 콘셉트다. 김해공항이 확장되는 것을 감안해 여객보단 물류에 초점을 둔 것이다. 지리적 특성상 대구·경북은 물론 전라·충청지역의 항공물류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연간 400만명에 달하는 대구공항의 여객수요에 더해 장거리노선까지 확보한다면 명실상부한 제2의 관문공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꿈이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의 꿈은 더 크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가동되는 관문공항을 지향한다.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제2의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게 부산시의 야심이다. 가까운 일본·중국·동남아 노선은 물론 유럽 및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유치로 항공물류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겠다는 게 부산의 복안이다. 대구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모두 건설된다면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도지사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면제 사업만 해도 7조원에 달한다”며 정부 예산확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인구 570만명인 싱가포르도 대규모 국제공항을 갖고 있다. 통합대구공항은 대구·경북민만 550만명이다. 현재 대구공항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괜찮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통합대구공항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두 단체장이 제대로 된 실익을 분석하지 않은 채 쫓기 듯이 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강주열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부울경은 국비를 투입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을 만들고, 대구·경북은 K2 군공항에 얹혀가는 형국이 된다. 항공수요 흡수 경쟁력에서 통합대구공항이 가덕도신공항을 앞설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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