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계속 나돌아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분이 마땅치 않아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지만, 본인은 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당 당대표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주변에서 자꾸 그런 (당대표) 출마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저는 이것저것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확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과 가까운 비대위 인사는 최근 당내 인사들과 접촉하며 김 위원장의 출마에 대한 견해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사회자가 재차 발언 진의를 캐묻자 “당에서 희생을 저한테 요구한다면 거부할 입장은 못 된다고 본다”면서 “다만 그게 지금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대표직인지, 아니면 또 다른 직인지, 그 부분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된 ‘출마설’을 부인하면서도 ‘가능성은 살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전당대회에 나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끝내는 것이 도리”라고 말해, 이런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게다가 그가 인적쇄신 차원에서 추진했던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도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어 출마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구지역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은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합리적 리더십으로 한국당을 반석에 올렸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히려 21대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 실전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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