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한국당에 없는 것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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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7   |  발행일 2019-01-17 제31면   |  수정 2019-01-17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니. 망언에도 급이 있다면 단연 대상(大賞)감이다. 설마 이순자 여사가 헤겔의 변증법 ‘정(正)→반(反)→합(合)’ 논리를 원용(援用)했을 리도 없고. 여야 4당이 이 여사의 해괴한 망언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유독 자유한국당만 침묵을 지켰다. 한국당의 뿌리 민주정의당 전임 총재에 대한 보호본능이 작동한 까닭이었을까. 아니면 수구정당이란 독과점 이익의 미련 때문이었을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독재 망령’을 비호하는 듯한 침묵 행보는 국민 정서를 거스른 것이다.

따지고 보니 한국당엔 없는 것들이 꽤 많다. 우선 ‘혁신’이 없다. 한국당은 신임 당협위원장 선정을 위해 공개 오디션 형식을 도입했지만, 대구 5개 지역은 신청자 명단과 심사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했다. 여성·청년이 두각을 나타낸 서울과 달리 대구·경북에선 주로 구정치인들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찼고, 당적이나 지역구를 옮긴 인물도 포함됐다. 혁신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5·18 조사위원 추천 과정에서도 수구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력’도 없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는 한국당의 ‘밑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場)이었다. 내공(內功)과 대화의 기술을 겸비한 ‘청문회 달인’은 보이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옭아매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전개하지도 못했다. 호통치고 고함지르고 빈정대는 말투에다 헛다리짚기까지. 한국당의 완패였다.

그리고 ‘공정’이 없다. 당헌당규와 윤리위원회의 징계 잣대는 ‘녹비에 가로 왈’이었다. 정적은 가차 없이 몰아내면서도 내 편의 불법과 논문 표절 따위의 탈선엔 한없이 관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야 5당 중 ‘지방분권’ 의지도 가장 미약하다. 한국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와 개헌안 동시 투표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한 ‘지방분권 개헌’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분권 개헌 무산은 두고두고 한국당의 족쇄가 될 것이다. ‘정의’ ‘중도’ ‘약자보호’ DNA 결여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정부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지금이 한국당의 기회다. 당 내외에선 보수대통합이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양 입맛을 다시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보수통합은 하나마나다. 한국당에 없는 DNA를 채우고 보완하는 길만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필살기가 될 것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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