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먹구름에 지역 주력산업 ‘시계 제로’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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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9 08:06  |  수정 2019-01-19 08:07  |  발행일 2019-01-19 제12면
■ 2019년 세계경제와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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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올해 첫 세계경제전망을 ‘어두워지는 하늘(Darkening Skies)’로 표현했다. 그만큼 올해 세계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퇴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3월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 여파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공산이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위기도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올해 1~2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금융리스크도 상존해 있다. 현재의 정책 불확실성과 취약한 시장심리까지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

미·중 무역분쟁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비유된다. 새로 신흥 강대국(중국)이 부상하면 기존 지배세력(미국)이 그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유래됐다.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성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다. 패권전쟁 성격을 띤 미·중 무역분쟁은 당장 명쾌한 해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표면적으로 현재 양국이 일시적 휴전상태인 것은 맞다. 미국은 1월로 예정된 관세율 인상을 연기했고,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기술이전문제·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협상을 90일 이내 완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해서다.

하지만 양국간 견해차이가 커서 협상타결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설사 협상이 타결되고, 중국이 표면적으로 미국산 제품수입을 확대하더라도 양국간 산업구조의 차이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분쟁의 초점은 실익이 크지 않은 관세부과에서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등 첨단기술 육성을 위한 산업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중국이 국가주도로 첨단기술을 도둑질한다고 맹비난한다. 중국은 지재권 절도기업 처벌조치를 발표하고, 강제기술이전 방지를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중국제조 2025’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재권 보호와 사이버 절도방지를 명분으로 중국의 산업고도화를 저지하고,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미디어 및 금융업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 올해도 계속 조짐
보호무역 확대로 국내 제조업 위기 가중
차부품·DP생산·스마트폰 수출 직격탄
미국 추가 금리인상 땐 금융리스크까지

韓 경제성장률 올 2%대 중반 전망 ‘암울’
일각선 ‘일본식 장기불황’ 현실화 우려


일각에선 지재권 현안이 단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미국이 환율조정을 함께 요구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실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약달러 선호 입장을 밝혀왔다.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도 관세부과보다는 환율조정을 통해 불균형 시장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장기적으론 위안화 국제화 및 투자개방 등으로 위안화 강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화정책 독립과 자금이동 통제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의 위기 심화

국내 제조업은 올해도 먹구름이 잔뜩 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72.7%였다. 반도체 생산 둔화와 자동차 영업실적 저조가 제조업 평균 가동률 하락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조업의 부진은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는 공급부족과 함께 서버용 DRAM 수요로 급등했던 가격이 모바일 서버수요가 둔화되면서 최근 7~8개월 연속 하락했다. 메모리용 반도체 NAND와 DRAM 가격은 각각 2017년 말과 지난해 초를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는 주력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 탓에 판매부진과 수익성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기아 등은 SUV신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자동차 관세부과(25%) 등 불투명성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의 주력업종인 자동차부품업계는 해외 현지부품 조달이 증가하면서 생산이 감소되고 있다. 이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지역 전체로 보면 디스플레이 생산과 스마트폰 부품 수출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업체의 성장세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지역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가 지난해 11월 10.5세대 LCD패널 P3라인 가동을 시작한 것이 구미지역업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중국내 2위이자 세계 LCD 매출 기준 6위의 패널 생산기업인 CSOT가 내년 3월 10.5세대 P1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교체주기가 크게 늘어난 것이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2년7개월로, 4년전(1년1개월)보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측은 “올해에도 반도체 가격효과는 소멸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보호무역확대로 인해 자동차, 기계, 가전 등 기계군의 수출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경기위축으로 중소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상환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한계기업과 더불어 이들 기업의 부채상환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을 넘기가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분배위주의 정책에 치우친 지난해 국내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월평균 9만7천명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만7천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급속한 정책실험 속에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경제구조조정을 둘러싼 혼선, 대외발 역풍의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다.

일각에선 저성장 혹은 일본식 20년간 장기불황이 국내에도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제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문재인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있어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관리 부담이 크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사회적 타협도 아직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추진력이나 혁신동력도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출구전략을 진중히 고심할 때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도움말=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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