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개인’ 관념 고양시킨 촉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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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9   |  발행일 2019-01-19 제16면   |  수정 2019-01-19
후각은 ‘개인’ 관념 고양시킨 촉매
악취와 향기//알랭 코르뱅 지음/ 주나미 옮김/ 오롯 464쪽/ 2만5천원

한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존재하는 것의 영혼은 향기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다. 천재적 후각을 지니고 태어나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가 원작이다. 이 책은 소설 ‘향수’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으로 본 근대 사회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었다.

후각은 18세기 중반 이후 서양사회에서 중요한 감각으로 떠올랐다. 이전에는 욕망과 욕구, 본능의 감각으로 여겨져 무시됐다. 후각이 예민한 것은 문명화가 덜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됐다. 사람들이 냄새에 민감해진 것은 콜레라와 같은 유행병의 전염에 관한 과학과 의학 이론의 영향 때문이었다. 기체학과 식물학의 발달로 공기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냄새를 통해 공기 안에 포함된 부패한 독기의 존재를 감지해내는 후각이 강조됐다.

후각은 근대의 삶의 양식과 감수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고양됐고, 개인들이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양식이 등장했다. 저자는 “은밀한 사생활의 장소를 장식하는 데 어울리는 향기의 기술이 등장한 것에 발맞추어 향수 가게도 발달해가는 조짐을 보였다”고 밝혔다. 후각의 발달로 욕망의 새로운 리듬도 생겨났다. 향기가 머물러 있는 물건들의 냄새를 맡는 것이 사진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연인의 모습을 은밀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저자는 “향기에 대한 애착은 ‘신비한 접촉’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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