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1월, 딴짓을 계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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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07:40  |  수정 2019-01-21 07:40  |  발행일 2019-01-21 제15면
[행복한 교육] 1월, 딴짓을 계획함

방학이 되고 내 삶의 ‘몫’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교사로서의 내 삶은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익숙하고 편안한 길에서 머뭇거리고만 있습니다.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어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텐데 바닷가 모래밭에서 서성이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런 저를 다시 ‘바다’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낯선 자극이 필요하겠지요.

독립잡지로 유통되는 ‘딴짓 매거진’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습니다. 잡지의 제목 그대로 일상의 작은 변화를 꿈꾸면서 남다른 딴짓 본능으로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리처드 코치의 ‘낯선 사람 효과’라는 책을 보면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반드시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일상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낯설고 새로운 인맥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흥미진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 삶의 변화는 가까운 이가 아닌, 낯선 사람이 주는 신선한 자극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새해를 맞으며 일본 후쿠오카로 4박5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즉흥적으로 가족도 없이 혼자 떠난 여행이라 호텔에 도착해서야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 생각한 무계획 일정이었습니다. 연말연시 무렵의 일본은 예상대로 갈 만한 관광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정신이 매우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쓰타야 서점을 매일 들렀거든요. 쓰타야 서점은 운영 철학이 흥미롭습니다. 원래는 DVD, 음반, 중고서적의 대여와 판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점이 아니라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 취향을 발전시켜 지적 자본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들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곳이 쓰타야 서점이라고 합니다. 제가 갔던 롯폰마츠의 쓰타야 서점은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처럼 한 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집이나 예술서적이 있는 서가 앞으로 꾸며진 작은 갤러리 공간에는 신진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하고 있고, 요리책이 배치된 곳에는 서점에서 엄선한 주방용품, 소형가전, 식기 등을 판매하고 바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레스토랑이 나오는 식입니다.

가장 놀라운 건 매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카페 공간입니다.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매장 안에 있는 책을 마음껏 살펴볼 수 있도록 서점 한가운데 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있고,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동선이 매장 곳곳으로 뻗어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남다른 감각과 기획력으로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는 서점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 학기 학교에서 벌일 ‘딴짓’을 계획하며 즐거웠습니다.

‘딴짓’을 잘하기 위해선 미리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일’을 미리 잘해두는 것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에는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겉으론 티가 안 나기에 대충 마무리짓고 넘어가고 싶은 일을 잘해둬야 나중에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 칠을 하는 일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쁜 벽지와 페인트로 마감을 해도 결로나 외풍이 생기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내 삶이 더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아직은 1월,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내보기 좋은 때입니다. 새 학기에 ‘딴짓’을 잘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일을 성실하게 열심히 해 나가겠습니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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