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생각만으로 SNS 소식 보내주는 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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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07:45  |  수정 2019-01-21 07:45  |  발행일 2019-01-21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생각만으로 SNS 소식 보내주는 뇌공학

요즘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합니다. 향기박사는 메시지를 타이핑하는 속도가 느려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타이핑하는 손놀림을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그럴 때면 늘 생각을 휴대폰이 알아서 문자로 타이핑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향기박사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2017년 가을 미국 회사 페이스북은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연구를 통해 향후 뇌신호를 읽어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당시 1분에 약 100단어 정도를 타이핑하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 상용화까지는 기술완성도가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기발한 기술의 근간은 뇌신호를 해석하여 기계를 작동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과 뇌신호를 해석하여 컴퓨터를 활용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란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생각으로 작동하는 인공보철 등에 활용되어 몸이 불편한 분들의 재활은 물론 사회로 복귀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용한 기술입니다. 2010년 9월 유타대학교 바이오공학과의 브래드리 그레거 교수 연구팀은 ‘Journal of Neural Engineering’ 잡지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는 두개골에 작은 전극을 심어 뇌신호를 측정하고 이 신호를 말로 변환시키는 기술입니다. 이 연구진은 완전히 사지가 마비되어 말조차 하기 힘든 환자들이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기존 인공보철 중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서 뇌신호를 말로 표현하는 기술로 고도화한 것입니다.

이후 많은 뇌연구자들은 뇌신호를 말로 변환시키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bioRxiv’에 2018년 말부터 최근까지 언급된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뇌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말하거나 립싱크를 하거나 녹음된 소리를 들을 때 발생하는 뇌 속의 신호들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남이 어떤 단어를 말하는 것을 들을 때와 스스로 그 단어를 말할 때 발생하는 뇌신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머릿속의 어떤 단어에 대한 뇌신호를 측정하거나 해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뇌공학에서 활발히 이용되는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뇌 속의 다양한 뇌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언젠가 우리 머릿속의 생각을 굳이 타이핑하지 않고도 글자로 표현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러한 단계까지 기술이 개발된다면 서로의 생각만으로 동시통역이 되는 세상도 가능하고, 더 넘어서 말 없이도 소통이 가능한 텔레파시 기술 개발도 머지않았다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가슴을 졸이며 관람했던 ‘파이어 폭스’란 공상과학영화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에 소련의 최첨단 전투기가 등장하는데, 이 전투기는 조종사의 생각을 미리 읽어 무기체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파이가 이 전투기를 탈취하는데, 이 전투기가 소련 전투기다 보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무기체계가 러시아말밖에 인식하지 못해 주인공 미국 스파이가 무기체계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추격해온 다른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주인공은 무기체계 운용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머릿속에서 러시아말로 생각을 하자 무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여 상대 전투기를 미사일로 격추시키고 탈출에 성공합니다. 최근 뇌신호-언어 관련 연구논문들을 보면서 이 소련 전투기의 시스템이 아주 진보한 인공지능이라 동시통역도 가능했다면, 주인공이 덜 고생하고 좀 더 쉽게 탈출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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