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거침없이 꿈 말할 수 있길

  •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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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07:55  |  수정 2019-01-21 09:06  |  발행일 2019-01-21 제18면
“‘놀보생신일’ 행동 옮기면 자연스럽게 성숙해져”
20190121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생활기록부에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적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꿈과 관련된 진로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그 질문에 금방 대답을 할 수 있는 아이는 반 전체 중 절반도 채 안됩니다.

특히 몇몇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뭐라고 적어야 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다가 몇 분이 지나서야 어렵게 답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그 답이 공무원이나 회사원입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라는 직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쉽게 말하고 그림까지 그리던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자신의 꿈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유명 건축가가 강연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 건축가는 학교 건물을 닭장으로 비유했습니다. 좀 심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다음 이어진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꿈 물으면 금방 답하는 아이 절반 뿐
다양한 경험 부족 틀에 박힌 교육 탓
도전 못 하는 어른으로 성장 우려도
부모는 솔선수범 아이와 시간 보내야


어른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똑같이 네모난 상자 모양의 학교 건물에서 닭처럼 키운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졸업했으니 이제 네 꿈을 마음껏 펼쳐봐.”

그건 닭장에 가둬놓고 키운 닭에게 “넌 닭이 아니라 독수리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마음껏 하늘을 날아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한 명의 교사이자 부모로서 반성이 되었습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너무 안전을 강조한 나머지 아이들을 틀 안에 가둬 놓고 가르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사건, 사고도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위험한 일에 노출될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안전 교육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가스레인지에 불 한 번 켜보지 못하고 다칠까봐 무서워서 벌벌 떠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러한 가르침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려움을 직면하는 거라고 합니다. 안전을 이유로 교실 창문에 안전봉을 설치하고, 복도를 두꺼운 유리창으로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시설을 안전하게 교체한다고 아이들의 생각이 바뀔까요. 실천의 씨앗이 되는 아이들의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직 추운 겨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추워서, 미세먼지 때문에, 세상이 위험하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방학 중에도 집에만 콕 박혀 있지는 않은지 염려가 됩니다. 이러한 핑계 때문에 아이들이 작은 일도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울 때는 두꺼운 옷을 껴입고 뛰어 놀고,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가거나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고, 밝은 대낮 안전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소리치며 놀 수 있길 바랍니다.

예전보다 더 짧아진 겨울방학입니다. 아이들이 ‘놀보생실일’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놀보생실일은 ‘놀다, 보다, 생각하다, 실천하다, 일기쓰기’의 첫 글자를 연결해서 만든 말입니다. ‘놀보생실일’과 발음이 비슷한 ‘놀부생신일’로 기억하면 재미있고 쉬울 듯합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깊이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깁니다. 실천한 것에 대해서 일기를 쓰며 반성하다보면 자연스레 성숙한 어른으로 자랄 것이라고 믿습니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부터 솔선수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아이들과 함께 놀보생실일을 실천하며 2019년을 더욱 멋지게 채워나가길 바랍니다.

이수진<대구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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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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