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정치신인’ 황교안, 보수의 메기 될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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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  발행일 2019-01-21 제30면   |  수정 2019-01-21
朴정부 법무장관 총리 역임
정권실패 책임론 부담 안고
장고 끝 뛰어든 정치판에서
주변 긴장시키며 흥행몰이
보수전체에 毒보다 藥될까
[송국건정치칼럼] ‘정치신인’ 황교안, 보수의 메기 될까

오랜만에 보수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사실상의 당권행보에 나서자 당내에서 응원과 견제가 엇갈린다. 응원하는 쪽은 보수의 새로운 간판이 떴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뿔뿔이 흩어져 있던 보수들이 황교안 기치 아래 다시 모일 거란 기대를 내비친다. 견제하는 쪽은 정반대다. 황교안의 등장으로 오히려 당이, 보수정치가 더 분열할 거라고 한다. 당내에서 ‘친박’-‘비박’ 구도가 가까스로 옅어져가는 시점에 국회의원 줄세우기로 ‘친황’ 계파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친황은 곧 친박의 시즌2이니, 바른미래당 보수세력과 통합도 멀어진다고 지적한다.

지금 한국당 안에서 황교안을 보는 시선은 2·27 전당대회를 앞둔 계산법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이번에 당권을 잡는 세력은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가능성이 높았던 쪽에선 굴러온 돌이 반가울 리 없다. 당이 어려울 때 가만 있다가 지지율이 조금 호전되는 시점에 들어왔다며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한국당 구성원들의 그런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황교안의 등장이 보수정치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고,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잠재적 주자 중 유일하게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 자질 평가의 핵심은 살아온 이력과 미래 비전인데, 둘은 연결된다. 황교안은 ‘박근혜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운영에 실패한 정권의 한 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각료와 정치권 친박 실세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 황교안이 박근혜정부에서 승승장구한 과정을 보자. 황교안은 2005년 공안검사 시절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종북 혐의로 기소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 검사장 승진에서 계속 탈락하다가 이명박정권으로 바뀌면서 기사회생했다. 검사 시절 황교안의 멘토는 박근혜정부의 정홍원 초대 총리(성균관대 법대 선배)였는데, 그의 천거로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다고 한다. 이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낙마한 이완구 전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법무부 장관 황교안은 1년을 싸운 끝에 헌법재판소에서 ‘이적단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받아냈다. 이 일이 정치신인 황교안에게 엔진이 될지, 브레이크가 될지는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 국무총리 황교안은 2016년 12월9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가운영 능력을 테스트받았다. 당시 반대파가 “진짜 대통령인줄 아느냐”고 핀잔(?) 줄 정도로 국정의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 국정교과서 추진동력을 되살렸고,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성과주의 도입을 밀어붙였고, 당시 야당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재검토 불가’를 천명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금융위원장)의 어색한 동거를 ‘경제총괄 유일호, 외환 및 금융 임종룡’으로 명료하게 정리하며 ‘경제 내공’을 드러냈다.

황교안의 약점도 적지 않다. 현장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제2의 반기문, 고건 얘기가 나온다. 상대방 공격을 버틸 맷집과 노련한 정치인들을 다룰 용인술이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교안의 등장이 활기 잃은 보수 수조에서 일단은 메기 효과를 내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뿐 아니라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까지 긴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흥행이 된다는 건 보수들이 돌아올 장(場)이 서고 있다는 뜻이다. 반짝 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건 황교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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