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대구경북 프로젝트 .4] 험난한 비핵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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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문기자 윤관식기자
  •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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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서 ‘비핵화 vs 상응조치’ 구체적 로드맵 나와야”

강원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 바라본 금강산. 2008년 7월 이후 금강산 관광이 금지되면서 또다시 ‘그리운 금강산’이 됐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고성통일전망타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최대 관건은 비핵화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시대를 천명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등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다짐할 때만 해도 당장 한반도 평화가 손에 잡힐 듯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도 적극 환영하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완화 등 부분적인 진전은 있었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 자체는 꽉 막힌 형국이다. 남·북·미의 사활이 걸린 비핵화 로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관건 ‘비핵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풀지 논란
CVID, CVIG, FFVD까지 언급

비핵화 공감…과정엔 입장차 커
北 “상응조치 없이 양보만 요구”
美 “선제적 조치, 핵폐기와 무관”

남북미 주변국가 2차회담에 기대
유의미한 합의 나와야 교류 물꼬


◆핵의 국제정치학

북한과 유사하게 독자적으로 핵을 보유했다가 폐기한 나라로 우크라이나, 리비아, 이란이 있다. 과거 옛 소련이 보유했던 핵무기를 소련 해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갖게 된 우크라이나는 미국·러시아에 이은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다. ‘우크라이나의 핵위협’ 제거를 위해 1994년 3월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협정이 체결되고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미사일과 1천800여개에 달하는 핵탄두 폐기는 가속화했다. 1998년 최종적으로 120개의 미사일 격납고가 해체돼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은 완전 해제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다시 빼앗았다. 하지만 핵폐기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안보보장을 했던 미국과 유럽은 군사강국인 러시아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지원도 허구였다. 2015년 물가 상승률은 40.7%나 됐으며 그중에서도 식량난이 가장 심각했다. 2017년에도 물가는 13.6%로 상승했고 내전, 가계소비 침체, 부채로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내전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방국가의 말을 믿고 핵을 포기했지만 안전보장도, 경제협력도 없었다.

카다피 정권의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초기 단계에 있던 국가였다. 영국의 중재로 미국과 리비아 양국은 2003년 12월 ‘WMD(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했다. 또 미국과 완전한 관계 정상화 합의를 약속했다. 2004년 미국 정부는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폭 완화했다. 그리고 2005년 10월 리비아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폐기됐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CVID의 실현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인 이란 모델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5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이란과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이라는 핵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이란은 우라늄 농축시설 규모를 제한하고 향후 15년간 핵무기 개발에 쓰일 위험이 낮은 저농축우라늄 300㎏만 보유하기로 했다. IAEA의 핵시설 사찰도 허용했다. 석유 수출이 재개되면서 경제적 이익도 챙겼다. 그러나 새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에 대해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협정 파기를 시사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이란 모델이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합의 채택 후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 CVID, CVIG, FFVD

남·북·미와 주변 국가 간 한반도 비핵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서로 강조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미국과 우리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다. 여기에다 비핵화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비핵화 방식은 아직 뚜렷이 정해진 게 없다. 비핵화 논의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CVID는 당초 미국이 추구하는 북핵 해결의 원칙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의미한다. 의미 그대로 북핵을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이 이행하면 똑같은 방식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 보장’을 한다는 CVIG를 약속하고 있다. 결국 먼저 CVID하면 그 대가로 CVIG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선폐기, 후보상’ 전략으로 북한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북한은 CVID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앞서 어설프게 핵을 폐기했다가 불행한 종말을 맞은 국가를 지켜본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CVID에 앞서 CVIG를 먼저 하라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과의 핵협상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체제보장 없는 핵의 선폐기는 협상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말하는 CVID도 아직은 추상적 개념이다. 협상의 원칙적 기준이기는 하나 북핵 관련 프로그램은 어떤 것을 폐기해야 ‘완전’한 것인지, 이들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여야 ‘검증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폐기해야 ‘돌이킬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6·12싱가포르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CD)’가 공동성명에 명시됐다.

비핵화를 두고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FFVD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뜻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2018년 7월)에 앞서 제시한 개념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 ‘검증’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 내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계적 동시행동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샅바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번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또한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그 대가로 정상국가로 대접해 주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핵협상에서 지향점이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희망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종착역은 같을지 몰라도 가는 길(과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2018년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던 것은 최대 난제인 비핵화 프로세스에 관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각종 선제적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는커녕 일방적인 양보만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고 핵실험장을 폐기했으며 엔진시험장도 해체했다. 미군 유해 송환,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의 성의도 보였다. 그런데도 미국이 한 대응행동은 한·미 군사훈련 유예와 전략자산 전개를 하지 않기로 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북한은 판단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일련의 조치가 본질적으로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한 여러 조치들은 핵폐기 본질과는 무관한 것인데다 미국이 검증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핵폐기를 직접 검증하기 전까지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을 전후해 미국의 태도변화가 감지된다. 남북경협에 한해 제재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북한의 상응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듯 핵폐기 절차가 짧게 잡아도 수년이 걸리는 만큼 현실적으로 북한의 조치에 따라 단계적인 상응조치를 통해 핵폐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미국이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북·미 간에는 완전한 핵폐기를 최정점에 두고 하위단계에서 쉬운 것부터 이행조치를 하고, 검증 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1차 관문은 2월 말로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유의미한 합의를 일궈낸다면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교류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상당 기간 혼란스러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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