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경제에 대한 희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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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2   |  발행일 2019-01-22 제30면   |  수정 2019-01-22
성장만이 경제의 약은 아냐
저성장속에도 잘살 수 있어
부정적인 신념만 넘쳐나면
경제정책 제대로 작동 안해
현 상황에 맞게 희망 가져야
[3040칼럼] 경제에 대한 희망이 필요하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신년사가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올 한 해 설계도를 제시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이 신년사를 통해 작년과 비교해 정부가 중점을 두는 의제가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의 주요 어젠다가 어지러운 대한민국을 바로잡아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었다면, 2019년에는 일그러진 대한민국 ‘경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프레임이 사회·문화에서 경제로 이동했다는 것과 함께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지금 우리는 큰 틀에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 비록 그 과정은 힘들고 아프겠지만 더 많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한다는 것이다. 매일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큰 병에 걸렸을 땐 의사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 환자의 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날 아프게 만든 생활습관을 스스로 고치지 않고서는 완쾌할 수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도 그러하다. 정부의 진단에 따라 스스로를 바로잡는 우리 모두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의 경제 정책 기사를 찾아보자. 중소기업-대기업 동반성장,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시장 안정화, 경제민주화….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들이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거론되었다. 혹시 10년 전 완치된 병이 지금 정부에서 재발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대한민국은 2번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환경을 바로잡았고, 최소한 같은 병으로 다시 앓아 눕지 않을 만큼은 건강해졌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외환관리 능력은 엄청나게 향상되었으며, 환율 변동도 과거에 비해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바이러스들은 어떻게 된 일일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품어온 이 ‘고질병’은 사실상 방치했거나 중간에 치료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더 고치기 어려운 병이 되어버렸다.

이미 언급했듯이 병을 고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환자의 의지다. 환자의 의지는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에서 비롯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희망 대신 공포가 짙게 깔려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보면 희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경제가 주저앉은 1980년대 후반, 일본은 구조적인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렇게 10년, 20년을 잃었고 그 파괴적인 시간 안에서 일본 국민들은 희망을 잃었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경제가 다시는 좋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와 그릇된 믿음이 들어찼다. 사람들의 부정적 신념은 이후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족쇄 역할을 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충격적인 정책에도 일본 국민과 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공포가 아닌 희망이 필요하다.

OECD에서 발표한 ‘Economic Outlook No.104’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2.86%로 예상된다. 호주, 노르웨이, 미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스위스 등의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이 국가들도 경제위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경제위기가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면 남은 답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약만이 우리 경제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언급한 국가들처럼 저성장 속에서도 잘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 과거의 고성장 시대에 기준점을 세워두고 비교하며 공포를 만들기보다는 현재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잘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고성장 경제를 경험하지 못했다. IMF와 금융위기 이후 고성장은 양극화 안에서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에겐 성장의 공포가 아닌 저성장 속의 희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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