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흥행 이끄는 목소리 연기…연예인들 ‘더빙 大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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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  발행일 2019-01-28 제23면   |  수정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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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전현무가 능청스러운 더빙 연기를 선보인 ‘구스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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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출신 배우 오승윤이 주인공 히컵의 목소리를 연기한 ‘몬스터 길들이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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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이순재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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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하하와 ‘플로이’.

더빙이 연예인들의 매력적인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물론 전문성을 요하는 몇몇 애니메이션의 경우 캐릭터의 특성과 감정 표현을 감안해 전문 성우를 활용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더빙의 대세는 스타들이다. 성우 못지않은 목소리 연기로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며 영화 흥행의 견인차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본다.

◆애니메이션 더빙의 트렌드 바꾸다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더빙은 전문 성우들의 전유물이었다. 목소리 연기도 또 다른 창작 활동인 만큼 훈련과정을 거친 전문 성우들이 보다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 호흡 등을 구사하기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추세가 바뀌고 있다. 원작이 주는 느낌과 감동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캐스팅은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게 사실이다.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자막영화보다 더빙영화에서 30~40% 관객수가 많은 편”이라며 “성인 관객들이 더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의 타깃층이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더빙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캐스팅했느냐에 따라 기대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타깃층이 성인 아닌 어린이들
더빙 관객이 30∼40% 더 많아
연예인 캐스팅 기대효과 높여

‘업’ 이순재 스타 더빙 성공사례
방송인 하하 수많은 애니 참여
전현무, 성우 못지않은 표현력
배우 박소담·도경수 등도 화제



국내와 달리 할리우드는 조니 뎁·에밀리 블런트(셜록 홈즈), 브래드 피트·캐서린 제타 존스(신밧드), 카메론 디아즈(슈렉), 윌 스미스·로버트 드니로(샤크) 등 주로 최정상급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한다. 이들에게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는 하나의 추세이자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스타 캐스팅은 홍보와 마케팅 면에서 유리하다.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예고편이나 오프라인 광고 외에는 뚜렷한 홍보창구가 없다. 하지만 더빙에 참여했던 연예인들이 요즘에는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의 목소리는 익숙한 만큼 친근하고 호감도가 높다. 그들을 부각시켜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대세로 자리잡은 연예인 더빙

더빙이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국내 역시 스타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성공적인 스타 더빙의 대표적인 예는 심술궂은 외골수 노인 칼 프레드릭슨을 연기해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던 ‘업’(2009)의 이순재를 들 수 있다. 또 외모와 성격까지 랄프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 ‘주먹왕 랄프’(2012)의 정준하, 수많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통해 ‘애니메이션 더빙의 신(神)’으로 불리고 있는 하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전문 성우 못지않은 더빙 퀄리티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16일 개봉한 국내 애니메이션 ‘언더독’은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등이 더빙을 담당해 화제가 됐다. 한순간에 운명이 바뀐 개들이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언더독’은 ‘선녹음-후작화’ 제작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캐릭터에 부합되는 스타를 먼저 캐스팅한 후 그들의 입모양과 표정, 몸짓의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간 후시 녹음을 해야 하는 국내 제작시스템은 원작의 제맛을 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언더독’에서 주인공 뭉치를 연기한 도경수는 “처음 뭉치를 봤을 때 조금 놀랐다. 용기 있고 도전하는 성격이 나랑 닮은 것 같다”며 첫 더빙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밤이로 분한 박소담 역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 있어 많이 배웠다. 개의 호흡을 녹음해야 하고 그 중간 지점을 찾으면서 밤이의 감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개봉한 드림웍스의 ‘구스 베이비’에선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방송인 전현무가 눈에 띈다. “아나운서가 되기 이전에 투니버스 성우 오디션에 지원해 최종 면접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을 밝힌 전현무는 최고 MC답게 정확한 발음과 발성은 물론 전문 성우 못지않은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더빙 연출을 맡은 심정희 PD는 “예능으로 다져진 순발력과 특유의 표현력이 다소 과장된 액션이 필요한 더빙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드래곤 길들이기3’에서는 아역 출신 배우 오승윤이 주인공 히컵의 한국어 목소리를 연기했다. 오승윤은 이미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 ‘타잔’ 등을 통해 더빙 연기를 인정받은 실력파다. 물론 전문 성우를 기용한 애니메이션도 있다.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인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와 ‘미래의 미라이’는 국내 전문 성우들이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월 개봉한 ‘펭귄 하이웨이’의 더빙판은 극 중 캐릭터와 동일한 나이대의 어린이 성우들로 대거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 성우들은 국내 유일의 어린이 성우교육기관인 리틀보이스에서 약 3년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TV에서도 스타의 목소리는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다큐멘터리와 몇몇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담당하며 재미와 의미는 물론, 결이 다른 표현력으로 원작의 가치를 높여왔다. 최근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의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정해인은 편안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전 세계에 분포된 곰들의 이야기와 생태, 신화를 전했다. ‘곰’을 연출한 김진만 PD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정해인의 탄탄한 연기와 정확한 대사 전달력, 차분하고 진중한 목소리가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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