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적은 지방 ‘경제성’ 저평가…현행 예타 불합리”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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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9 07:27  |  수정 2019-01-29 07:27  |  발행일 2019-01-29 제3면
예타 면제사업 혈세낭비 아니다

당초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던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혈세낭비’ 논란에 휩쓸리며 그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 여기엔 정부와 여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28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예타 면제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예타 면제가 아닌 예타 완화로 갔어야 했다”며 “상대적으로 예타 통과가 쉬운 수도권마저 일괄적으로 면제를 해 줄 것처럼 보이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수도권까지 예타 면제를 한다면 건설사 퍼주기이자 총선표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예타면제에 수도권이 포함될 경우, 필요하면 소송도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文대통령·李총리 특정지역 방문
예산 거론하며 기대감 불어넣어
“TK 패싱·총선용” 비판 자초해

지방 살리기에 수도권까지 포함
균형발전사업 취지 퇴색 지적도



특히 ‘총선용’ 논란의 경우, 여당과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2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14개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예타 면제 심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불러 예타 면제 관련 논의를 벌였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이 자리에서 예타 면제 사업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고, 비공개 회의에서도 사업 건수가 아닌 예산을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있었다”고 영남일보에 밝혔다. 나아가 일부 광역단체장의 관련 사업 건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특정 지역을 방문해 해당 지역이 원하는 예타 면제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기대하란’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예산액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대구·경북 패싱’과 ‘총선용 사업’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런 와중에 기재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청와대가 언론 대응 방침을 정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예타 면제사업의 논란이 확산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글로벌통상학과)는 “규제 개혁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 국가의 부를 늘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국가 재정으로 지역 SOC 사업을 벌이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벌어진 것”이라며 “국가의 부 자체를 늘리는 것과 지역균형발전은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기존 예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현행 예타에선 서울처럼 인구가 많은 곳은 비용 대비 편익이 높게 나오고, 인구가 적은 지방은 ‘경제성이 없다’는 식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예타가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수도권 중심의 시각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수도권의 일부 시민단체 등은 예타 면제 사업을 지역이기주의·포퓰리즘에 편승한 예산 낭비라는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예타 면제는 국토균형발전과 SOC를 통한 지역 경기부양 등 비수도권에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혈세 낭비 논란에 대해 “예타 면제를 받더라도 올해 정부의 SOC 예산은 이미 책정돼 있고, 착공까지는 적어도 1년 정도 걸린다”며 “따라서 정부의 재정부담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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