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권영진 시장이 제대로 답할 차례다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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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31   |  발행일 2019-01-31 제31면   |  수정 2019-01-31
[영남타워] 권영진 시장이 제대로 답할 차례다
변종현 사회부장

영남권 1천300만 주민에게 미국·유럽으로 가려거든 인천공항만을 이용하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이자 탄압이다. 탐욕의 수도권 일극론자들에겐 터무니없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통합 대구신공항이니, 부산 가덕신공항이니 하는 영남권 관문공항 다툼은 이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다. 이 와중에 통합 대구신공항만 먼저 추진된다면 가덕신공항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발언이 나와 대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가덕신공항 추진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핏대를 세우던 권 시장이 아니던가.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꾼 배경이 뭔지 혼란스럽다. 가덕신공항은 절대 건설될 수 없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영남권에 2개 관문공항도 가능하다는 또 다른 자신감일까.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덕신공항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보고도 받지 않았으며,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한 말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두 단체장의 ‘책략적’ 안목에 탄복해야 하는 건 아닌지 헛웃음이 나온다. 총선과 PK(부산·경남) 민심 이반 등 정치적 변수들이 당·정·청을 압박하고 있어 오히려 가덕신공항 추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PK가 최대 혜택을 입었다는 정부의 예타면제사업 선정은 그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세간엔 공약 이행 혹은 치적에 대한 집착과 조바심이 빚어낸 TK(대구·경북) 단체장들의 자충수를 나무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덕신공항을 용인하고서라도 대구신공항을 관철시키겠다는 권 시장의 ‘의지’에 대구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대구시민 상당수는 여전히 대구신공항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 대구공항의 경북 이전이 도대체 대구의 미래와 이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권 시장은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하겠지만 그 설명은 오히려 또 다른 의문만을 남겼고, 의문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더욱 부족했다. 당위성만 앵무새처럼 반복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권 시장은 엊그제 이낙연 총리가 국무조정실의 역할을 강조했다며 대구신공항 조기 결정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다. 대구신공항은 대구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다. 시민과 언론이 제기하는 여러 의문에 권 시장은 차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면 누구와도 공개 토론에 나서야 한다. 공항 이전이 공론화 과정이나 전문가 그룹의 검토도 없이 권 시장의 독단으로 추진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대구시민은 권 시장의 제대로 된 설명과 답을 듣고 싶어 한다. 대구신공항도 군공항 활주로를 빌려 쓰는 구조이며 이 때문에 슬롯 제한과 커퓨타임 적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24시간 이·착륙이 불가능해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신공항 활주로 3.2~3.5㎞로는 대형화물기 B747-8F는 물론 A380-800F도 띄우기 힘들다는 사실을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또 김해공항조차 화물 물동량이 1.2%(2017년 기준 1만7천600t)에 불과한데 어떻게 대구신공항이 남부권 항공물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건지, 국제선 이용객 1천만명을 돌파한 김해공항이 싱가포르에조차 취항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구신공항이 어떻게 미주·유럽노선을 취항시킬 수 있다는 건지 권 시장이 답해야 하는 사안은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도 영남권에 2개 관문공항이 가능하다고 보는 근거가 뭔지, 또 대구신공항이 가덕신공항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게 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긴 활주로만 있으면 항공사들이 앞다퉈 취항할 거라고, 대구공항이 이전하기만 하면 후적지가 상전벽해가 될 거란 식의 얘기는 곤란하다. 시민이 납득할 충분한 근거자료를 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도 시민적 반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대구는 지금 ‘통합 대구신공항 건설’이 최선인지, ‘영남권 관문공항 재추진’이 최선인지 마지막으로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나만 믿고 따라와’는 21세기 리더십이 아니다. 대구시장은 대구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공약(空約)이 공약(公約)보다 나을 때도 있다. 변종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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