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감영 복원·정비에 사업 예산의 70% 책정…‘비효율적’ 지적도

  • 양승진,민경석
  • |
  • 입력 2019-02-09 08:08  |  수정 2019-02-09 08:08  |  발행일 2019-02-09 제5면
대구시, 3·1운동-臨政 100주년 기념사업과 문제점
111억 들여 3개 분야 15개 사업
경상감영터 관풍루 이축에 78억
“3·1운동 엮어 추진 타당성 낮아”
독립유공자·위안부 지원책 부족
유적지 체계적 관리 아쉬움 토로

100년 전 3월1일. 제국주의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 병탄한 지 9년이 흐른 시점에 한민족은 만세운동을 통해 전세계에 3천만 겨레의 자주독립 의지를 드러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독립운동인 바로 3·1운동이다. 이후 민족지도자들은 중국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섰다. 100년이 지난 2019년은 민족사적 관점에서 뜻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부산 등 각 지자체가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독립을 향한 민족의 뜨거운 열망의 기록을 후대에 전하자는 취지에서다. 최근에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일 레이더 갈등 등으로 인해 일제강점기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또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 공동개최에 의견을 모은 바 있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대구시가 어떠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또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대구시의 기념사업

대구시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친다. 8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총사업비 111억원을 들여 3개 분야 15개 사업을 추진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경상감영 정비사업 △대구 애국보훈대상 제정 △생계곤란 독립유공자 지원 △지역 내 8개 구·군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3·1만세운동 재현 행사 등이다. 시가 주관하는 만세 재현행사에는 시민 1만여명이 참여한다. 오는 3월1일 중구 동산동 3·1만세운동계단길, 달성공원 등 세 곳에서 출발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집결한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는 이날 만세운동을 100년 전과 똑같은 형태로 재현할 예정이다. 재현행사는 시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대구의 시민정신인 국채보상운동과 일본군 위안부의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작업, 독립운동 전시공간도 조성된다. 시는 201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전시관을 시립중앙도서관 내에 설치한다. 이외에도 우국시인 현창 문학제, 명사초청 강연회, 대구청년상화학교 운영, 청년도시 탐험 등도 개최된다. 일제로부터 훼손 당한 역사를 복원하고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시는 78억원을 들여 113년 전 일제가 강제로 달성토성으로 이전한 ‘관풍루(觀風樓)’를 원래 자리인 경상감영공원(중구 포정동)으로 이축·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경상감영의 정문인 포정문과 감영 내 선화당(관찰사 집무실)으로 통하는 내삼문도 복원된다. 시 관계자는 “1906년 대구읍성이 헐린 뒤 관풍루는 원형이 크게 훼손된 채로 100여년을 달성공원에서 보냈다. 관풍루 이전은 일제로부터 빼앗긴 대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길 행정부시장은 “100주년 기념사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3·1운동 정신을 지속적으로 후세에 전하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시민의견을 수렴해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의 사업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예산 150억원을 배정했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을 관리·보관하는 사업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AP통신 임시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거주했던 가옥(딜쿠샤) 복원 등 독립유산 복원과 기록물 관리에 집중한다. 또 일제 치하 36년간 숱한 독립지사가 고초를 겪었던 서대문형무소(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를 일제강점기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한다. 문화재청은 1936년 당시 서대문형무소의 도면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간 이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독립기념관·유관순으로 대표되는 충남도는 유관순 열사 고향인 천안을 중심으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다. 충남도는 ‘3·1 평화운동 백년의 집’을 건립하고, 천안시는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북한의 독립운동가 동풍신(함북 명천)과 윤택진(황남 재령)을 기리는 추모사업을 남북 합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 수원시는 지역 항일독립운동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념사업추진위를 출범시키고 6개 분야 35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화성시와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에서 관련사업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 기념사업 아쉬운 점

일각에서는 대구시의 기념사업이 타 지자체와 달리 경상감영 복원 정비사업에만 전체 예산의 70% 가까이를 책정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독립유공자 지원 대상자(1천500여명)에 대한 지원금이 1인당 30만원에 불과해 실질적 지원책이 되겠느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김혜정 대구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3·1운동 100주년과 경상감영 복원을 엮어서 추진하는 것은 역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독립운동가 가족 등을 보살피고 위안부 어르신의 자긍심을 살리는 실질적 지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립운동의 성지’라는 대구의 명성과 걸맞지 않게 이를 알리는 표지석 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다. 또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인 만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도 응당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는 “3·1운동 이후 수립된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대구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역할이 지대했다”며 “경남 밀양 출신이지만 대구에서도 활동한 약산 김원봉 등이 대표적이다. 광복 이후 약산이 북한 정권 수립에 큰 역할을 했지만 그의 공적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또 임시정부에 군자금 등을 지원한 대구지역 인물을 발굴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자라나는 후대에 바르게 알릴 수 있는 표지석 등도 더 많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민경석 기자

민경석 기자입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