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장찬주 명예회장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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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9   |  발행일 2019-02-09 제22면   |  수정 2019-02-09
유니카 42번째 회원국 이끈 ‘일등공신’…한국 비상업영화 세계에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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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주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명예회장이 예천군 용문면 초당기념관에서 1960년대 사용된 8㎜ 영사기를 설명하고 있다.

1931년 창설된 유네스코 산하 비상업세계영화인연맹인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장찬주 명예회장(84)은 비상업 영화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장 명예회장은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회장을 맡아 14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비상업 영화 불모지인 우리나라를 UNICA 4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켰으며 또 UNICA 영상종합평가에서 우리나라를 최상위그룹으로 평가받도록 하는 등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던 그가 6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고향인 예천군 용문면 성현리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집터에 ‘UNICA CHANG’S House(초당 장찬주의 집)’이란 이름의 주택(기념관)도 마련했다. 그는 “지난해 고향에 내려온 뒤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비상업 영화의 위상을 높인 공을 인정받아 예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9회 정심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인 ‘자랑스러운 예천인상’을 받았다. 또 2018 경북예술제에서도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의미있는 상을 잇따라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 근무때 취미로 시작했던 영화
14년간 회장으로 일하며 많은 성과

유니카 총회·세계영화제 유치 등…
해마다 우수한 작품 골라 해외출품
회원국 가입후 국내외에서 맹활약

지금은 고향 예천서 의미있는 활동
초당기념관 건립후 후진양성 기여
영상기자재·영화관련 소장품 전시
“비상업 영화 실력향상에 고민해야”


▷UNICA는 어떤 곳인가.

“UNICA는 유네스코(UNESCO) 국제영화TV위원회 I.F.T.C(International Film and Television Counsil)의 국제영화기구로 1931년 창설됐다. 유니카 세계연맹은 인류의 평화와 우호증진, 국제적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제작과 국제적인 문화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러시아 등 유럽 40여개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회원국이다. 매년 유니카 세계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를 지양하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고 삶에 유익함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 문화적 수준이 높은 영화들만을 엄선해 상영함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내면의 성장,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어떻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나.

“명지대에 근무하면서 유현목 감독을 비롯해 영화인을 알게 되면서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됐다. 문화예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다. 예술전문가들이 일조했을 때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이들은 제3자의 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결정과 정치적 계획수립에서 경제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의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예술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사업적 성장보다는 문화적 가치를 통한 성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비상업단편영화의 세계 진출의 문을 연 장본인이라는데.

“세계최고권위의 비상업영화인연맹인 UNICA의 한국 유치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유니카 세계 영화제에 가입하려면 지부가 몇 개 이상 있어야 하고 아마추어 영화인들의 작품 수준도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비상업적 국제 영화제이지만 가입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특히 회원국 중 3개 나라의 추천도 있어야 한다. 전국을 누비며 한국의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만드는 능력과 열정을 알아본 것인지 2002년 제64차 UNICA 룩셈부르크총회에서 42번째 회원국으로 승인을 받았다. 당시 작품 5개를 가져간 것으로 기억된다.”

▷회원국 가입과 함께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아는데.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듬해 폴란드 바르샤바 총회에서 러시아·아프리카 튀니지 등 경쟁국을 물리치고 2006년도 제68회 UNICA 총회와 세계영화제를 대구와 경주에 유치했다. 해마다 우수한 국내 작품을 해외에 출품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는 매년 서울세계단편영화제를 열어 세계 비상업주의 영화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하는 Grand OFF 세계독립영화 연말시상에 출품한 독립영화 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석이 된 것 같아 흐뭇하다. 지금도 비상업단편영화인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계기와 기념관을 건립한 이유가 있나.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나. 순리대로 살아 가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이라 판단했다. 내려오기 전까지 국내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자부하지만 고향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다. 그래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귀향했다. 초당기념관은 내가 태어나 자란 집터에 지었다. 국내에서 유일한 단편영화 기념관일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화인을 꿈꾸는 고향 후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일상에 지친 일반인들에게도 소박한 휴식 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고.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흙 한 줌, 서까래 하나에도 황혼의 마지막 열정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훗날까지 알아준다면 큰 격려가 될 것 같다.”

▷기념관에는 무엇이 전시돼 있나.

“각국 대표에게 받은 기념품 677점과 영화활동 관련 58종 234점, 개인소장품 등 76종 167점 등 282종 1천78점과 세계영화제 수상작품 등 1천714편 및 영상기자재 등을 전시해 놓았다. 한국영상작가협회장과 UNICA세계영화제 한국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안 각국 대표들로부터 받은 기념품과 세계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 등 9천631점이다. 그중 일부만을 기념관에 전시했다. 개인 소장품 중 198점은 명지대 박물관 개관 당시 모두 기증했다. 남은 소장품 중 영화사적으로 귀하고 의미 있는 전시물들은 앞으로도 계속 교체해 전시할 예정이다.”

▷기념관의 특별한 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이곳은 관람료가 없다. 또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을 나눠 준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다. 특히 기념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꼭 이름을 남겨줬으면 좋겠다.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해 전 복천마을과 금당실을 잇는 징검다리인 ‘연석교’가 복원됐다.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언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금곡천의 백사장에서 돌다리를 통해 왕래하는 이곳은 영원한 사랑과 우정을 다짐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돌다리 중앙에 ‘언약석’이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두 사람이 서로 악수와 포옹을 하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연석교 복원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볼거리 제공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연석교를 활용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소백산 자락의 살기 좋은 10승지 용문을 소개하고 금당실 전통마을과 돌담길을 돌며 고택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인 ‘예천 선비의 길’이 첫번째가 될 것이다.”

글·사진=예천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찬주 명예회장= 연세대 이공대학 물상과를 수료하고 명지대 경영학과 학사, 동국대 행정대학원 교육학 석사,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 명예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명지대에서 학생·교무과장, 총무부장으로 37년간 근무했다. 그의 이력은 다양하다. UNICA KOREA 한국본부장,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회장, 재경용문면민회 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은 Grand OFF 세계독립영화 국제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UNICA 한국영상예술협회 명예회장으로 세계 각국에서 국빈급 예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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