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피해액만 9조5천억…정부 보상책은 全無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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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07:21  |  수정 2019-02-11 07:22  |  발행일 2019-02-11 제3면
文정부 ‘경북 동해안 패싱’ 가속화
20190211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말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 관계자들로부터 공사 중단에 따른 지역 사회의 피해 등에 대해 듣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정부의 이른바 ‘경북 동해안 패싱’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선정에서 경북 동해안지역 사업이 낙점받지 못한 데 이어 올해 원전해체연구원 유치를 비롯해 지진방재연구원 유치,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등에 관한 정부 입장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선 다음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원전해체연구원’(이하 원해연) 입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해연은 향후 원전해체 상용화 기술 개발 등 원전해체산업을 이끄는 중심 기관이 된다. 미래 블루오션산업의 중심이 될 원해연 유치엔 현재 경주시(월성·신월성원전 5기, 월성 1호기 가동중단)·울산시(신고리원전 3기, 4호기 9월부터 가동)·부산 기장군(고리원전 3기, 1호기 영구 정지) 등 3개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OC 예타면제사업 선정도 철저히 소외
고속道 무산에 이어 철도망은 대폭 축소
통일시대 대비 인프라 적극 지원 목소리



원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후보지 중에선 경주가 가장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한전KPS,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 원전 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들어서 있어 원해연 입지로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국 원전의 50%인 12기가 경북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원자력 관련 학부가 개설돼 있는 포스텍과 원자력마이스터고가 경북에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반경 30㎞ 이내 인구가 경주(36만여명)가 기장(300만여명)·울산(100만여명)에 비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처럼 경주가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유치 가능성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원해연이 부산·울산지역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부·정치권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치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포항 또는 경주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부산·울산이 지진방재연구원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경주(2016년)·포항(2017년)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자 인접 지자체에서도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울산 혁신도시에 있는 국립재난연구원의 지진대책 연구실을 확대·격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새로운 연구원 설립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에 어필하고 있는 것. 부산은 부산대 양산캠퍼스 산학협력단지 안에 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양산시·부산대·부경대 등과 연구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까지 맺었다. 경북도는 10일 “1년 만에 또다시 포항에 규모 4.1 지진이 발생하는 등 포항·경주에 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북도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은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원전 3·4호기 설계 중단, 영덕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등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탈원전에 따라 경북 동해안은 법정지원금 및 지방세수 감소(5조360억원), 사회·경제적 손실(4조3천195억원), 영덕 천지원전 특별지원가산금 감소(380억원) 등 9조5천억원가량의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것으로 경북도는 추산한다. 고용 감소 피해는 연인원 1천27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차원의 보상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원전으로 인해 수십년 간 피해를 본 주민 입장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또 한번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포항시는 IT·AI 활용 강소형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또 포스코·에코프로 등 포항을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연구개발 단지 조성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시는 철강에 이어 향후 50년을 책임질 포항지역 신규사업 조성에 정부의 진정성 있는 협조를 바라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 SOC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서도 경북 동해안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7조원 규모 영일만대교 등 동해안 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 사업은 예타면제사업에서 아예 빠졌다. 4조원 규모 동해중부선 복선 전철화(포항~동해) 사업은 당초의 10분의 1 수준인 4천억원 규모 단선 전철화 사업으로 쪼그라들었다. 경북 숙원 사업이자 통일시대를 대비한 동해안 철도·고속도로 사업이 무산되면서 ‘U자형’ 국토균형발전이 ‘L자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동해안의 SOC인프라는 타지역에 비해 열악해 형평성 차원에서도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통일시대를 대비해서라도 경북 동해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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