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SKY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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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07:52  |  수정 2019-02-11 07:52  |  발행일 2019-02-11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SKY 캐슬

얼마 전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을 통렬히 비판하는 블랙코미디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방영되어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일어난 교육계의 많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가정에 입시생을 둔 분들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결말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지 마지막 회가 너무 시시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비록 마지막 회가 시청자 기대치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을지 모르나, 향기박사는 나름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였습니다.

마지막 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수한이네 가족이 식탁에 모여앉아 피라미드로 호두를 까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빠·엄마가 수한이를 보며 “우리가 입시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입시공부로 힘들어 하는 자녀를 믿고 사랑을 듬뿍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참 따뜻했습니다. 힘든 여정을 앞둔 자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랑 충만한 아빠·엄마의 눈과 그런 부모의 사랑에 공감하는 자녀의 눈이 마주치는 장면은 참 좋았습니다. 정말 거친 세상을 이겨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힘은 아마도 부모의 사랑 그리고 사람 간의 신뢰인 것 같습니다.

그럼 뇌에서 이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사랑의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옥시토신일 것입니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고, 옥시토신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더 잘 보살피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학의 프롬키 교수 연구진이 2015년 ‘Nature’지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암컷 쥐들은 어린 쥐들의 고통 호출에 반응하는 능력이 옥시토신에 의해 더 향상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즉 엄마가 아무리 피곤해 깊은 잠에 빠졌더라도 자녀가 배고파 울거나 몸이 불편해 낑낑대면 바로 눈을 뜨게 되는 이유가 옥시토신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옥시토신의 수용체는 뇌에 가장 많이 발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미 쥐의 보살핌을 잘 받은 새끼 쥐의 뇌 속 옥시토신 수용체 발현이 더 높다고 2010년 비네마 교수 연구진이 ‘Neuropharmacology’지에 발표하였습니다. 즉 부모 사랑을 잘 받은 자녀가 부모 사랑도 더 잘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옥시토신은 단순히 모성애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05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페르 교수 연구진의 ‘Nature’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남과 협력하거나 남을 보살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사람 간의 신뢰 형성에 옥시토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11년 한드그라프 교수 연구진은 옥시토신 농도가 높으면 자신이 속한 그룹에는 매우 호의적이나 자신과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적대적으로 변한다고 ‘미국한림원회보’에 보고하였습니다. 즉 옥시토신이 너무 높으면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부모들처럼 자신들의 자녀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랑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옥시토신 레벨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행복 코디네이터’ 향기박사가 이런 좋은 호르몬을 여러분 몸에 잘 분비하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부모님이 자녀 눈을 보면서(공감을 하는 행위입니다), 말없이 등이나 어깨를 토닥여 주면(말을 하면 잔소리로 인식하여 스트레스가 됩니다) 여러분 자녀의 몸에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합니다. 어떤 때는 공부에 지친 자녀를 격려하는 따뜻한 말로 자신감을 높여주거나, 또 어떤 때는 자녀의 하소연을 맞장구치며 편하게 들어주며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면 자녀 몸은 물론 여러분 몸에서도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고 뇌 속 옥시토신 수용체 발현이 증가하여 결국 모두가 사랑 충만한 행복한 가족이 될 것입니다. 그럼 입시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힘든 일들도 함께 웃으며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서는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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