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걷힌 세금 25兆…‘깜깜이’ 세수추계 손질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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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  발행일 2019-02-11 제31면   |  수정 2019-02-11

지난해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징수한 국세 초과세수(稅收)가 25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가 하강국면인데도 정부가 나라 곳간에 들어올 세금 규모를 잘못 전망하는 바람에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내놓은 2018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 실적은 293조6천억원으로 정부의 당초 세수 전망보다 9.5%(25조4천억원) 많았다. 초과세수는 2015년 2조2천억원, 2016년 9조8천억원, 2017년 14조3천억원 등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세입에서 세출을 뺀 세계(歲計)잉여금도 13조2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힌 것은 2017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거래 급증을 정부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수 예측에는 돌출변수가 많아 오차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도 4년 연속 초과세수 행진이 이어지고 규모도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은 세수추계모형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박근혜정부 당시 세수예측을 낙관적으로 했다가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생긴 뒤 세수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잡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과세수가 많다는 것은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못 썼거나 민간소비로 흘러가야 할 국민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는 한국경제가 2.7% 성장에 그쳤고,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졌다. 늘어난 취업자 수도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9만7천명에 머물렀다. 경제상황이 이런데도 씀씀이를 늘려 돈이 돌게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반대로 나랏돈 수십조원을 쌓아놓은 것은 재정운용 원칙에 벗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경제가 어려울 때 거꾸로 긴축재정을 펼친 꼴이다. 더구나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땜질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도 세수예측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는 국세청·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세수추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추계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깜깜이 세수추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폐쇄적인 추계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국 중 27개국이 세입 추계방법을 공개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거시경제 변수 값 등 세수추계모형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정확한 세수추계가 건전한 나라살림과 거시경제운용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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