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대신 “언니야”…빙판서 다시 미소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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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  발행일 2019-02-13 제26면   |  수정 2019-02-13
경북체육회 ‘팀킴’ 동계체전 출전
20190213
12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4강전에서 ‘팀 킴’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인 일명 ‘팀킴’의 얼굴에서 다시 미소가 번졌다.

김경애,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으로 구성된 팀킴은 12일 오전 충북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8강전에서 부산시를 19-2로 대파한 뒤 밝은 얼굴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지난해 터진 이른바 ‘팀킴 사태’ 이후 맞은 공식경기에서 사실상 첫 승리를 올린 순간이다.

김은정 임신에 김경애가 스킵
후보선수 김초희 서드 포지션

팀킴 사태 후 부진 걱정했지만
부산 상대로 공식경기 첫 승리
훈련 45일만에 압도적 경기력


팀킴은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인 은메달을 안겼다. 당시 스킵 김은정을 필두로 선수들이 각자 개성 넘치는 모습과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대회 마무리 무렵에는 평창 대회가 낳은 최고의 인기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팀킴 선수단이 지도자 가족인 일명 ‘김경두 일가’(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 김민정 여자팀 감독, 장반석 남자팀 감독)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폭로하면서 팀킴 신화는 산산조각이 났다. 당시 팀킴은 김경두 일가가 팀 관리에 소홀히했고, 포상금 등을 지급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경북도가 합동감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사건의 파장이 큰 잡음으로 이어지면서 팀킴을 비롯한 경북체육회 컬링팀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말에서야 아이스훈련을 재개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해 8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 모르게 속앓이를 해왔던 팀킴은 결국 라이벌인 춘천시청에 패해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의성 컬링 훈련원 소속 아이스메이커가 사퇴해 아이스훈련 여건이 매우 어려워졌지만, 국내 아이스메이커들이 자발적으로 팀킴을 지원해 훈련이 재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몇달 앞두고서 훈련을 재개해 동계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팀킴은 이 같은 걱정을 불식시키며 훈련 시작 약 45일 만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사태 이후 첫 승을 올렸다. 포지션에 변화도 있었다. 평창올림픽 때 스킵(주장)을 맡았던 김은정이 임신하면서 김경애가 스킵을 맡았다. 후보 선수이던 김초희가 서드 자리를 채웠다. 김영미와 김선영은 리드, 세컨드를 유지했다.

팀킴은 경기력만큼이나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날 진천선수촌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팀킴을 지켜봤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동계체전 컬링 경기에 기자들이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폭로 이후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던 팀킴은 이날 모처럼 취재진 앞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고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해맑게 소감을 말했다. 스킵 김경애는 “오랜만에 스킵을 해서 즐기면서 하고 싶었지만, 즐기기보다는 샷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를 향해 외치던 “영미∼"는 팀킴의 트레이드마크다. 김은정은 김영미와 의성여고 동기이기 때문에 편하게 이름을 불렀지만, 김경애는 그럴 수 없다. 김영미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대신 김경애는 경기에서 김영미에게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언니야!"라고 불렀다. 동갑인 김선영은 “선영이", 동생인 김초희는 “초희"라고 부르며 스위핑을 지시했다. 김경애는 “언니가 요즘 말을 잘 듣는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김은정은 코치석에서 임명섭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김은정은 “밖에서 경기를 보는 것은 몇 번 안 해봐서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연습 경기를 하면서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팀원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많이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스킵 김경애’를 호평하기도 했다. 김은정은 “경애는 샷이 완벽하다. 결정을 빨리빨리 하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스 리딩과 팀에서 선수들을 잘 다루는 것 정도를 조금 보완하면 될 것 같다"고 덕담했다.

임명섭 코치는 “동계체전도 준비했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이다. 지금의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걸 과정이라 생각하며 차근차근 쌓아 올리겠다"고 밝혔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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