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신공항을 둘러싼 회한들 -전략적 사고의 부재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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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  발행일 2019-02-13 제31면   |  수정 2019-02-13
[박재일 칼럼] 신공항을 둘러싼 회한들 -전략적 사고의 부재

지난 설 연휴 만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물어봤다. 김 장관은 대구 수성구갑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받아적지는 않았지만 대략 이런 말을 했다. “부산의 오거돈 시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그쪽에서 가덕도 재추진을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나는 국무회의에서 안 된다고 했다. 아무리 허술한 정권(박근혜정부)이 했더라도 한번 결정됐는데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 심지어 국토부쪽에서 골치 아프니까 총리실 국무조정실에서 거중 조정하자길래 그게 왜 총리실의 조정 대상이냐, 떠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도 수긍했다고 한다.

영남권신공항은 2016년 6월, 박근혜정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절충안으로 결론났는데 문재인정부 들어 부·울·경 그러니까 부산·울산·경남이 합심해, 정확히 말하면 그곳 민주당 소속 단체장 정치인들이 담합해 이걸 뭉게고 가덕도를 들고 나왔다. 신공항의 입지를 놓고 밀양을 민 대구와 가덕도의 부산이 끝까지 경합했던 점을 상기하면 떨떠름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김 장관이 전한 정부내 기류가 분명하다면 가덕도는 정책적으로 부활하기 어려울 게다. 더구나 가덕도 입지의 정체성도 불명확하다. 부산의 가덕도 공항안을 추적해보면 이게 섬 위에 활주로를 만든다는 것인지 바다를 메워 한다는 것이 오락가락한다. 섬을 깎기에는 섬이 너무 좁다. 바다를 메워야 하는데 천문학적 토목공사가 필요하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밝힌 대로 공항의 ‘자연적 입지’가 아닌 셈이다.

영남권신공항에 관한 한 대구와 부산은 결별한 상태다. 깨진 독인데 그렇다면 남은 것은 대구경북의 ‘지역거점공항’을 어떻게 구상하는가이다. K2공군기지와 대구국제공항을 함께 옮기자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안을 내가 처음 들은 것은 신공항 무산 한달쯤 뒤 조원진 의원으로부터다. 박근혜정부 당시 조 의원은 정책 접근에 가까이 다가간 인물이었다. 조 의원은 영남권신공항의 차선책이라 했다. 미래의 국제공항이 구태여 전투비행장과 함께 갈 필요가 있는가 하고 고개가 갸웃했지만 결국 그렇게 발표됐다. 정책은 이상론으로 귀착되기는 어렵다.

통합신공항으로 결론나고 얼마 뒤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정권 실세로 통하던 최경환 의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최 의원에게 이런 우려를 전했다. “통합신공항으로 가는 모양인데 거론되는 곳(군위, 의성)이 너무 멀다. 전문가들은 대도시에서 반경 50㎞ 이내라야 접근성이 있다고 한다. 외국공항을 보더라도 택시로 100달러(10만원)이면 접근성은 확 떨어진다.” 최 의원이 답하기를 “기다려 보시라. 좋은 입지가 정해질 것이다. 영천은 어떤가” 하고 답했다. 영천의 무슨 군부대를 염두에 둔 모양인데 결국 탈락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몇몇 대구시장 후보들이 ‘대구국제공항을 그대로 두고 K2만 옮기는 안’을 주장했다. 역시 이상적인 안이다. 예산이나 K2부지 소유권을 감안한다면 정책적 반전이 있어야 한다. 부산이 가덕도를 주장하는 것처럼 뒤집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통합신공항이 어디로 가든 논외로 하더라도 이 또한 예산 문제가 걸린다. 7조원 안팎이라고 하는데, 민간국제공항의 규모에 따라서는 10조원이 될지도 모른다. K2군공항 부지는 약 200만평(660만㎡)으로, 평당 100만원에 팔면 불과 2조원, 500만원이면 10조원이다. 근데 이게 그냥 한 덩어리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도로·공원 등을 빼고 나면 매매할 땅은 크게 줄어든다. 상수도, 전기 등의 기반시설비용도 들어간다. 정태옥 의원이 앞서 통합신공항을 추진하면, 민간국제공항은 국토부가 최소 3조원 정도의 예산은 대야 한다고 요구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 10여년간의 ‘신공항 투쟁사’를 회고해보면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회한이 남는다. 불순한 정치적 의도나 면피용 결정들이 의심되면서도 한편 고비고비마다 이런저런 혜안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국가나 도시나 미래 발전에는 입체적이고도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주장을 하든 망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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