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디카, 더 똑똑하게 초점 잡기 ‘움직임까지 예측한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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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07:31  |  수정 2019-02-14 07:34  |  발행일 2019-02-14 제19면
AI 경쟁 나선 카메라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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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다. 전문가들은 AI가 인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AI는 아직 전문적이고, 활용 범위도 제한적인 것으로 여긴다. 첨단 기기 등에만 머신러닝 기능을 기반한 AI가 활용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AI는 산업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휴대폰뿐 아니라 집, 차량 등으로 통신 환경이 확대되면서 AI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광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부터 카메라에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진 기술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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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OMHD 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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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S1

자동초점, 상상 이상으로 발전
눈동자 포착한 후 조절하기도

소니, 지난 11일 a6400 정식출시
피사체 모양·밝기·움직임 파악

올림푸스, 항공기·기차 자동인식
연속 촬영 시 피사체 추적 기능도

파나소닉, 강아지 등 동물 감지
움직일 방향으로 미리 초점이동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디카 AI

최근 광학업체들이 머신러닝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을 구현한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소니 a6400, 파나소닉 S1R·S1과 올림푸스 OM-D E-M1X 등 2019년형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들이다.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은 프레임 속 인물 혹은 동물의 눈동자를 포착, 초점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덕분에 인물과 생태 촬영에서 더 선명하고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얼굴인식 자동초점과 스마일 셔터, 반려동물 인식 등 앞서 광학업체들이 선보인 1세대에 이어 2세대로 통하는 AI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실시간 피사체·눈동자 추적 등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이 디지털 카메라의 진화를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학업체들은 그동안 고품질 화소와 동영상, 미러리스 구조 등 디지털 카메라의 기계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기계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뒤에는 편의기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몰두했다. 이들이 주목한 편의기능은 ‘자동초점’이다. 자동초점은 사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올해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능이 눈에 띄는 이유다.

소니는 지난 11일 정식 출시한 APS 타입 미러리스 카메라 a6400에 ‘리얼타임 눈 자동초점’과 ‘리얼타임 추적’을 적용했다. 리얼타임 눈 자동초점은 왼쪽 혹은 오른쪽 눈동자를 골라 포착한다. 사람과 일부 동물의 눈동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리얼타임 추적은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 거리, 피사체의 모양·밝기·움직임 등의 정보를 토대로 초점을 정확하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소니는 이 기술을 최고급 35㎜ 미러리스 카메라 a9(여름 출시 예정)에도 추가한다. 4월 출시 예정인 중고급 35㎜ 미러리스 카메라 a7R III와 a7 III에도 리얼타임 눈 자동초점이 적용된다.

올림푸스는 ‘인공지능 피사체 인식 자동초점’ 기술을 탑재한 최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올림푸스 OM-D E-M1X를 최근 내놓았다. 올림푸스의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은 인물의 얼굴과 눈동자는 물론 항공기·경주용 자동차·오토바이·기차를 자동 인식한다. 또 기차 운전석, 비행기나 헬리콥터의 조종석, 오토바이나 경주용 자동차 탑승자의 헬멧에 핀포인트(매우 작은 부분)로 초점을 잡는다. 연속촬영 시 피사체 추적 기능 역시 탑재돼 있다.

파나소닉은 ‘고급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을 적용한 S1R와 S1을 출시한다. 고급 인공지능 자동초점 기술은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 거리를 자동 초점에 활용하는 공간인식 자동 초점에 인공지능 피사체 인식 알고리즘이 더해졌다. 인물의 얼굴과 눈동자는 물론 강아지와 고양이, 새 등 특정 동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춘다. 움직임 방향을 예측해 초점 영역을 미리 이동하는 기술도 포함된다.

◆편의기능이 카메라 산업 발전 이끌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형성되던 2000년 초반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의 편의기능은 ‘장면 모드’에 불과했다. 인물과 풍경, 접사와 야경 등 사진 촬영 환경별로 가장 알맞은 설정을 카메라가 자동 지정해주는 기능이었다. 초보자도 이 기능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디지털 카메라의 편의기능은 AI 경쟁의 불씨로 작용했다.

후지필름이 2006년 ‘얼굴인식 자동초점’ 기능을 내놓으면서 광학업체의 AI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 기술은 화면 속 인물 얼굴을 스스로 포착, 초점은 물론 사진 밝기와 인물 피부색까지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후지필름은 얼굴인식 자동초점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인물 사진을 분석, 이목구비와 얼굴 윤곽 데이터를 추출한 후 카메라에 하드웨어로 이식했다. 이후 얼굴인식 자동초점은 디지털 카메라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소니는 얼굴인식 자동초점을 개량한 ‘스마일 셔터’(2007년)와 ‘파티 샷’(2008년)을 선보였다. 스마일 셔터는 화면에 포착된 인물의 웃음을 감지,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 기술이다. 파티 샷은 카메라 촬영 방향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사람 얼굴을 포착하면 자동으로 추적, 사진을 찍는 액세서리다.

리코이미징 펜탁스는 얼굴인식 자동초점과 장면 모드를 융합해 ‘반려동물 인식’ 기능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사진을 분석해 데이터로 만들고 디지털 카메라에 반영한 초기 단계 AI 기술이다.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은 카메라 산업의 전환에 한몫했다.

필름 카메라 시장은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한 지 9년 만에 10%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2000년 1천만대에서 2008년 1억2천만대로 규모가 12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는 결국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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