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균형발전 우선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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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  발행일 2019-02-14 제31면   |  수정 2019-02-14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이 미궁 속으로 빠졌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밑그림은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부지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 투자는 기업이 주도한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선택과 정부 의지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결정의 복합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신중한 모습이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곳이 선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경기도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유력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론’이 더해지면서 용인 대세론은 무산됐다. 현재 경북 구미를 비롯해 충북 청주, 충남 아산·천안, 경기도 용인·이천이 SK하이닉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미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할 경우 100만㎡ 규모의 공장 용지를 10년간 무상임대하고, 고용 목표 달성 시 1천억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장 내 전기시설, 고순도 공업용수와 상하수도 시설을 지원하며, KTX 역사를 신설하고 경부고속도로 연결도로도 건설해 주기로 했다. 중앙언론에선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조성의 비경제성을 부각하며 여론몰이에 혈안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초격차 유지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최적의 위치에 투자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반도체 장비업체와 소재·부품업체가 몰려 있고 전문인력 공급이 용이한 수도권을 적지로 꼽고 있다.

하지만 고사(枯死)해가는 지방경제와 심화되는 지방·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요량이라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구미산업단지의 수출실적은 정점을 찍었던 2013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교육 불균형도 심각하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수는 서울 1천258명, 경기도 720명인데 비해 대구는 80명에 불과했다. 지난 10년간 서울대 합격자의 수도권 비중이 급증했다는 건 지방 교육생태계가 그만큼 황폐해졌다는 의미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펼쳐졌지만 실제 이루어진 건 전국 10곳의 혁신도시 조성이 고작이다. 국토균형발전은 공공기관 몇 개를 지방으로 옮겨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와 세수·고용의 파급력이 큰 대기업이 지방에 와야 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문재인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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