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망쳐 속상했겠다” 훈계보다 마음 먼저 어루만져주는 게 우선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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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  발행일 2019-02-15 제34면   |  수정 2019-02-15
자녀와의 대화
20190215
영진사이버대 아동복지학과 이은빈 교수

주위를 둘러보면 ‘자녀와 대화가 안된다’ ‘말만 하면 싸운다’는 부모가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자녀와의 대화에서도 말의 기술은 필요합니다.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가지 일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부모의 대화자세에 있지요.”

일반적으로 대화는 상대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쏟는 행위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너무 애를 쓰기 때문에 아이를 가르침을 받고 따라와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대화의 조건에 적합지 않은 상태가 된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침묵을 하고 있으면 ‘네가 대답하기 곤란하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너는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엄마가 묻는데 왜 대답을 안해’라는 식의 비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지요. 이는 대화가 아니라 훈육, 지시, 명령이 되기 때문에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 싶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저항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화가 안되는 상태가 되지요.”


“마주 앉아 귀담아 들어주면
자신의 감정 솔직하게 말해
자녀와 돈독한 유대감 위해
인내·이해심 갖고 기다려야”



그렇다면 자녀와 대화를 할때 부모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이은빈 교수는 “우선 자녀에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와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면 자녀가 좀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자녀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녀가 시험을 망치고 풀이 죽어 돌아왔을 때 “시험을 왜 그렇게 못쳤느냐”고 나무라기보다는 “정말 속상했겠다”고 공감해주고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게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할때 자녀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부모는 한발 뒤로 물러나는 지혜도 있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혼자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된 어른으로 길러야 합니다. 따라서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삶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지요. 부모는 뒤로 물러나 있고 자녀의 완벽하지 않은 부분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원하는 것이 있거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말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서 자녀 스스로 답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자녀에게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훈계를 하기보다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렇게 되고 싶다면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며 자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질문하는 것이 좋지요.”

자녀를 키우면서 변화된 모습을 이끌어내는 과정에는 늘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질문 하나로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변화하는 과정을 즐겨보라고 권한다. 경청하고 인정하고 질문하는 코칭 대화를 계속하다보면 아이가 천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싶다면 부모가 인내와 이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모 스스로 코치형 부모가 되도록 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먼저 달라지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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