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기묘한 가족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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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  발행일 2019-02-15 제42면   |  수정 2019-02-15
조용한 시골마을에 나타난 ‘좀비’…예측불허 코믹 소동극
20190215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난데없이 나타난 좀비(정가람)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의 대상으로 상징되는 기존 좀비와는 뭔가 본질부터 다르다. 채식주의자라도 되는 양 사람의 피보다 양배추를 더 좋아하고, 그에게 물린 사람은 도리어 회춘의 순간을 맞는다.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좀비에게 물려 회춘의 기적을 맛본 만덕(박인환)은 이를 돈 벌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하와이 여행이 꿈인 그는 좀비에게 물리기를 원하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장남 준걸(정재영), 권고사직으로 고향에 내려온 차남 민걸(김남길), 늦둥이 막내 해걸(이수경), 그리고 살림꾼 큰 며느리 남주(엄지원)가 저마다의 속셈을 갖고 가세했다. 좀비를 이용한 가성비 좋은 패밀리 비즈니스의 시작이다.


사람 피보다 양배추 더 좋아하는 상식 뒤집는 설정
새로운 소재,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유머



“좀비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면”이라는 이민재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기묘한 가족’은 좀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소동극을 다룬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만덕네 가족을 중심으로 예상을 비껴가는 황당한 사건들과 엇박의 코미디가 시종 긴장과 웃음을 유발한다. 때문에 기존 좀비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이 영화의 문법과 접근이 좀비물에 익숙한 관객에겐 조금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을 불허하는 변주와 비틀기가 ‘기묘한 가족’만의 차별화된 매력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분명 신선하게 느껴질 듯하다.

대도시가 아닌 충청도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한 점도 나름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단절된 공간을 이야기로 활용하려는 이 영화의 의도에 제대로 부합한 셈이다. 특히 느린 말투가 특징인 충청도와 느릿느릿 걷는 좀비의 아이러니한 조합은 영화의 코믹성을 배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기존 영화의 오마주와 클리셰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과 스타일로 잘 활용했다.

자칫 구심점 없이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적절히 터지는 유머와 이야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비주얼의 조화로 극복했다. 장르적으로도, 소재적으로도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가 빛을 발한 인상적인 코미디 영화의 등장이다.(장르:코미디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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