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뒤통수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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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07:55  |  수정 2019-02-18 07:55  |  발행일 2019-02-18 제15면
[행복한 교육] 뒤통수를 생각하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에드워드 양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서 어린 소년 ‘양’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사진으로 찍는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몰래 학교 밖에 나가서 사진 현상을 하고 돌아오다 선도부원들에게 들킨 ‘양’은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선배들의 놀림감이 되고 맙니다. “이것도 사진이라고 찍은 거니?” 나중에서야 ‘양’은 아빠에게 자신의 뒤통수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지요. “사람들은 자기 뒤통수는 못 보니까 궁금할 것 아니에요.” 그러고 보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나에 대해서도 우리는 ‘뒤통수’처럼 잘 모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나는 정말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 학년을 준비하는 일로 학교는 2월이 가장 분주합니다. 4년 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정들었던 동료 선생님과 이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도 이맘때이지요. 그리고 새로운 자리 배치가 발표되면, 이삿짐을 움직이는 소리로 며칠 동안 복도가 떠들썩합니다. 새 자리로 옮기기 위해 책상 서랍과 캐비닛에서 꺼내 놓은 많은 물건이 내 삶의 흔적인 듯, 내 뒤통수를 찍은 사진인 듯 느껴집니다.

서둘러 새 학기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워 봅니다. 지난 2년 동안 해 왔던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 활동을 올해는 더 열심히 실천해 보려 합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사회 문제를 그냥 알려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사회가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지, 교사보다 더 잘 알기도 합니다. 교사가 사회의 어떤 면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학생들은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거기서 멈출 때가 많습니다. 사회 문제를 안다고 해서 곧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을 보이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어쩔 수 없다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교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알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사회 문제를 알지만 해결 방법을 알지 못하니 낙담하게 됩니다. 이때 해결 방법이란 근본적인 말 몇 마디가 아니라 현실에서 곧바로 어떤 문제 상황을 조금이나마 낫게 할 수 있는 전망을 뜻합니다. 그래서 교과서에 짧게 실린 글 한두 편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현실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해서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읽으며 독서 경험을 친구들과 나누는 경험을 하도록 도우려 합니다.

매체 활용에 대한 교실 수업도 진행해 보려 합니다. 이미 매체 자료는 언제나 원하기만 하면, 혹은 원하지 않아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매체자료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교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지 모를 정도로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훌륭한 교재입니다. 좋은 매체 자료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들을 매우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들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요즘 저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라는 책에 빠져 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작가 이슬아가 본인이 쓴 글을 한 달치 구독료 만 원을 낸 독자에게 e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을 배달 사고 없이 쓴 것에 놀라고 자신의 삶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고백한 내용에 놀랐지요. 저도 새 학기에는 지금처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놓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보겠습니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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