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야당의 불행은 정권의 행복이다

  • 송국건
  • |
  • 입력 2019-02-18   |  발행일 2019-02-18 제30면   |  수정 2019-02-18
집권 3년차 잇단 실책에
떨어지던 여권 지지율이
자중지란 野덕분 회복세
정권이 야당福 많을수록
국민들은 정권복 적어져
[송국건정치칼럼] 야당의 불행은 정권의 행복이다

한 달여 전 새해로 접어들면서,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도 결국 국정 3년차 증후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과거 정권들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임기 중반을 맞는 3년차에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현정부도 답습하는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잇단 폭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 같은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고공행진하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 반대급부로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때맞춰 한국당이 반년이 넘는 비대위 체제를 마감하고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열기로 해 컨벤션 효과까지 기대됐다. 누가 대표가 되든 한국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허덕이던 야당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하지만 한국당은 지금 굴러온 복을 발로 차버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치는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던 당권주자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열기가 시들해졌다. 그 와중에 광주 5·18 폄훼발언이 나와 극우논쟁이 일어났고, 임시 지도부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국회의원 두 명(김진태·김순례)의 징계를 유예하는 바람에 위기관리의 취약성을 연달아 노출했다. 그러자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건 반짝현상이 됐다. 한국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문재인정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야당 복(福)은 참 많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권 출범 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전투력 없는 야당 덕분에 어물쩍 넘겼는데, 올해 시작을 전후해 덮친 악재들도 유야무야 넘길 것 같다는 안도감이 배어 있다. 실제로 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20년 이상 장기집권론’이 허구만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견제세력이 자멸해주는 바람에 집권세력의 여러 실책이 묻혀 버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안는다. 지금 한국당은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같은, 겉으론 드러난 국정파행 의혹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아마 사상 최약체 제1야당이 아닐까 싶다. 그런 견제세력에 국민생활에서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을 파고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력을 기대할 순 없다. 문제는 그럴수록 집권세력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불러온 소득주도성장의 역효과에 대한 지적이 여권 안에서도 많지만 국정 주도세력은 “나중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책독주를 이어간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정권의 야당 복이 많을수록 국민들의 정권 복은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한 야당이 등장해야 정권이 긴장하고 국민생활에 도움이 된다. 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 진행 중인 권역별 합동연설회와 TV 토론을 유심히 보면 3명의 대표 후보(황교안·오세훈·김진태)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이 드러난다. 탄핵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보수통합, 대여 투쟁방향까지 한국당 안에 혼재하는 생각이 모두 녹아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한국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전당대회 기간에 쏟아진 주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당에 가장 필요한 건 포용의 리더십인 까닭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또 경선 이후에도 ‘과거’를 놓고 싸우면 보수 전체가 ‘미래’로 한발짝도 못 나가고 정권에 복덩어리를 던져주게 된다. 그러면 나라와 국민들이 불행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