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법적폐’와 ‘新사법농단’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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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  발행일 2019-02-19 제30면   |  수정 2019-02-19
[취재수첩] ‘사법적폐’와 ‘新사법농단’
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이해찬 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8일 경남도청을 찾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에 따른 ‘도정 공백’을 직접 메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경남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남부내륙철도사업의 조기 착공에 당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도지사의 주요 공약 사업을 당이 직접 챙김으로써 민심을 다독이는 동시에 4월3일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주당의 ‘김경수 구하기’가 이 정도 선이라면, 그나마 봐줄 만하다. 그런데 최근 김 도지사에 대한 1심 선고를 대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치민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심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반격’으로 정의하며 사실상 판결에 불복했다. 사법부가 김 도지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법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1심 재판장을 맡은 성창호 부장판사를 ‘사법적폐’로 몰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김 도지사의 지지층 모임인 ‘김경수와 함께하는 장미로드’는 최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만세, 김경수 무죄”를 외치며 김 도지사의 석방을 요구했다. 선고 직후 “(성창호)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주변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한 김 도지사의 정치적 입장에서의 재단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탓이다.

급기야 허성무 창원시장과 김일권 양산시장을 비롯한 민주당·정의당 소속 경남도의원 36명도 김 도지사의 석방을 촉구하며 불구속 재판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러려고 재판을 하는지 묻고 싶다. 그야말로 ‘신(新) 사법농단’이라고 부를 만하다.

민주당이 19일 김 도지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 측은 “1심 판결문의 편향적이고 추측성 짙은 표현을 지적할 것”이라며 “판결문에 대한 비판은 과거에도 통용됐고 삼권분립을 저해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김 도지사 판결문의 법리적 오류를 밝힌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사실상 민주당이 김 도지사의 변호인을 자처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도지사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2심 판사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시절 전속 재판연구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교체를 원하며 청와대 청원까지 했다.

민주당과 김 도지사 지지자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버거운 모양이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서 불복할 수 있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적에도 사법부와 특정 판사를 향한 집단의 이기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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