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광주형 일자리보다 더 혁신적인 정책을 펴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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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  발행일 2019-02-20 제30면   |  수정 2019-02-20
지방분권 확대정책 효과는
지역혁신역량과 접목돼야
진정한 지역발전 견인가능
대구경북 혁신역량 강화는
풍부한 대학자원 활용해야
[동대구로에서] 광주형 일자리보다 더 혁신적인 정책을 펴자
박종문 교육팀 부장

선거가 없는 올해 국가적인 어젠다는 무엇일까. 비핵화문제, 경기회복 문제, 실업문제 등이 많이 있지만 국토(지역)균형발전도 이에 못지않는 중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산업화와 맞물려 진행된 수도권 일극주의(一極主義)로 촉발된 지방의 몰락은 국가발전의 장애요인이 된 것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지방은 수도권의 원료공급기지 역할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행히 정부차원에서 이런 정책적 의지를 보인 첫 작업이 지방예타면제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국가차원이라는 미명 아래 수도권 중심의 정책수립 및 예산배정 관행에서 벗어나 제한적이나마 지방의 현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변화다. 향후 연방제수준의 지방자치 시행에 앞서 제한적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예산편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지방자치권 확대는 그 지역의 혁신역량과 함께 접목됐을 때 순기능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도 그동안의 소극적·수동적 정책수립단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정책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지역문제를 지역스스로 해결해가는 역량을 키워가야 지방자치권 확대에 따른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형 일자리 창출은 지역혁신역량의 좋은 사례다. 일자리창출 문제를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돋보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 눈길을 대구경북으로 돌려, 대구경북지역에서 혁신역량 강화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상적일까. 대구경북지역은 우리나라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집중화로 경쟁력을 상실해 여러가지 지표에서 퇴보하고 있다. 그만큼 대구경북지역이 가지고 있던 교육, 산업, 문화예술 등의 혁신역량이 수도권 독식체제가 되면서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도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당한 잠재적 혁신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대구경북지역 대학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혁신역량이다.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혁신주체는 지자체와 기업·대학이 꼽히고, 이들 혁신주체가 얼마나 창조적이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느냐에 따라 지역혁신역량이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지역은 대학혁신역량에 관한 한 상당히 우수하다. 국가인재 육성부터 지역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공급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또 일반대(4년제)와 전문대 모두 수도권을 제외하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 상대적인 혁신역량이 뛰어나다. 그동안 아쉬웠던 것은 지자체나 대학이 상호협력 없이 중앙만 바라보거나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면서 지역혁신을 위해 협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략적 접근을 통해 물산업, 로봇산업, 의료ICT 등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지역대학과 융복합 아카데미 운영에 의견접근을 하고 있는 것은 지역혁신주체 간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협력은 저임금에 기반을 둔 광주형 일자리보다 훨씬 성숙된 지역혁신정책이라는 생각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대학을 졸업한 우수인력들이 졸업 후에도 대구경북지역에 남아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지역 기업들이 애로를 느끼고 있는 R&D 기관을 지자체와 기업의 지원하에 대학이 운영하고, 미스매치 현상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중소기업에 필요한 맞춤인력을 지역대학이 공급하는 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또 젊은이들이 지역중소기업 취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기업문화 개선과 건전한 직장문화 육성 등도 지자체와 대학, 기업 등 혁신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대학·기업·지자체가 혁신역량을 총동원해 지역발전을 견인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대학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이 인재들이 졸업 후 지역기업에 취업해 지역발전을 이루고 이에 따라 주민복지가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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