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하노이 회담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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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  발행일 2019-02-20 제31면   |  수정 2019-02-20
[영남시론] 하노이 회담에 거는 기대와 우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다. 온 세계의 이목은 하노이를 향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과연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보여준 미국과 북한 양측의 입장을 감안해 본다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이번 회담도 1차회담처럼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만을 강조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회담이 열렸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원론적인 합의만을 도출함으로써 큰 실망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8개월여 시간이 흘렀지만 북한 핵문제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물론 트럼프의 말대로 북한이 추가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고 미사일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이번 회담이야말로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 핵을 언제까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히 폐기할 것인가에 합의해야 한다. 이른바 로드맵(일정표)에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과 합의들이 있었지만 실패를 거듭한 것은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핵이 완전히 ‘제로’가 되는 것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공인된 사찰요원들이 입증해 내는 결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1992년 남북 간에 합의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의지도 재천명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궁극적으로 수교)과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일정표(평화협정 체결)에도 함께 합의해야 한다. 즉 6·12성명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이행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합의의 상징적인 선제조치로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영변핵시설의 폐기 등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의 주장이 완고하고 미국의 입장은 다소 끌려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6·12성명의 합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은 할 바를 다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고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월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구체적인 청구서를 내놓은 바 있다. 첫째는 한미연합연습의 완전 중단이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이다. 작년 6월 회담에서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분명한 목표로 제시했지만 지금 이런 용어는 들리지 않는다. 만일 하노이 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미연합연습의 완전 중단의 약속이나 대북제재 완화를 합의해 준다면 북핵문제 해결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비상계획(PLAN B)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이 핵 포기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견디기 어려운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우리 안보가 흔들리는 결과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핵 포기라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베트남 경제발전 모델은 북한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에서 낭보가 들려오기를 바란다.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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