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는 극단의 도시가 아니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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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1   |  발행일 2019-02-21 제31면   |  수정 2019-02-26
20190221

극단적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이다. 품격이 없다. 말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다. 자극적인 언행이 판을 친다. 정치판이 대표적이다. 막말이 일상화됐다. 일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나온 일부 후보의 발언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대구경북합동연설회에서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문재인을 민족반역자로 처단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이다. 자유한국당 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의 5·18 폄훼 발언도 경악스럽다. 이런 사람들이 보수의 대표가 되겠다고 한다. 극성스러운 ‘태극기 부대’를 제외하면 이해할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내 편, 네 편’이 확실하다. 편을 갈라놓고 극성 지지자들의 응원을 먹고 자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다.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확신 편향증 환자에 가깝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사회는 분열과 저주의 난장판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문제이자, 품격의 문제다. 진영 논리로도 해석되지 않는다. 진보 진영에도 자기확신 편향증에 걸린 사람이 많다.

문제는 정치권의 편 가르기나 자기확신 편향증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극단의 대결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제 역할을 못한다. 오히려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단의 대결을 부추긴다.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놓고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며 탄식하기도 한다. 자기 세계에 사로잡히면 세계는 닫힌다. 열린 태도로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시각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름’을 ‘틀림’으로 해석한다.

대구에서 막말이 쏟아진 게 안타깝다. 대구에서 극단의 발언을 쏟아내면 잘 먹히지 않겠느냐고 ‘교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더욱 그렇다. 김준교 후보와 김진태 의원에게 제대로 된 대구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일단 봉산문화회관과 대구미술관을 가봤으면 좋겠다.

봉산문화회관에는 기억공작소에 초대된 김성룡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강렬한 그림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해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4·3유적지인 ‘섯알오름 학살터’를 그렸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나타냈지만, 결코 관객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다른 것을 보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니, 다른 무언가를 보기를 기대한다. 열린 태도다. 지난 19일 오픈한 대구미술관의 알렉스 카츠전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애정, 열린 시선이 인상적이다.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알렉스 카츠는 아내와 지인들을 주로 그렸다.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그림들이다. 알렉스 카츠 역시 관객에게 자신의 세계를 고집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새롭게 봐주기를 바란다.

물론 대구의 모든 곳이 열려있지는 않다. 곳곳에서 편 가르기를 통한 주도권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 문화판 일부도 그렇다. 자기의 목소리만이 진리인 양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심할 때가 많다. 누군가 잘나간다 싶으면 눈에 불을 켜고 헐뜯을 ‘거리’를 찾고, 헛소문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의 모습은 다양하다. 극단적인 문화가 판을 치는 이상한 도시가 아니다. 편 가르기의 후유증은 다른 도시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구만 특별난 게 아니다. 자기확신 편향증에 걸리지 않고 ‘열린 태도’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대구미술관이나 봉산문화회관같은 문화 현장에서 대구의 여러가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는 결코 꽉 막힌 사회가 아니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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