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대구 화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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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  발행일 2019-02-22 제22면   |  수정 2019-02-22
[미디어 핫 토픽] ‘대구 화재’
지난 19일 발생한 대보목욕탕 화재. <영남일보DB>

지난 19일 대구 중구 대보목욕탕 화재로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 화재’가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어 1위에 올랐다. 연관검색어로 ‘대구 사우나 불’ ‘대구 도심 사우나 화재’ ‘대구 포정동’도 상위에 랭크됐다. 대보빌딩은 1996년 2월20일에도 전기합선으로 큰불이 났던 곳이다. 1991년 인근 무궁화백화점에서도 대형화재가 나 취재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화재로 다시 한 번 대구는 ‘불의 도시’임을 세간에 각인시켰다. 그중 대표적인 게 서문시장 화재다. 1922년 개장된 이래 2016년 11월 4지구 화재를 비롯해 공식적으로 17차례의 크고 작은 불이 났다. 52년 2월24일엔 점포 4천200개가 전소됐으며 60년, 67년, 75년, 2005년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서문시장은 원래 천왕당이란 못이 있던 자리다. 1919년 3·8 대구독립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인근 고분군의 흙을 메워 ‘대구 큰장’을 경상감영 서문 쪽으로 옮겼다. 그때부터 큰장이 서문시장으로 불리게 됐는데, 천왕당지에 살던 용왕이 노했다거나 천왕당지에 빠져 죽은 처녀 귀신의 원한 탓에 불이 자주 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재원인은 부주의로 인한 전기 합선 등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서문시장 화재 외에도 82년 금호호텔 화재, 91년 거성관 나이트클럽 화재, 95년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2003년 2·18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2005년 대구 달성터널 화재, 2013년 대명동 가스폭발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화재가 많이 났다. 그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화재는 중앙로역 화재 대참사다. 이 사건 이후 ‘안전도시 대구’를 기치로 팔공산에 시민안전테마파크도 세웠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대구에 불이 잦은 이유를 풍수지리적으로 연관시키는 이들도 있다. 풍수가들은 비슬산과 앞산이 바위가 많은 데다 불꽃 형상이어서 화기(火氣)를 품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상도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구읍지 등엔 대구의 불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대구의 진산이었던 연구산(連龜山)에 물의 상징인 돌거북을 묻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구산의 지맥은 삼봉산(수도산)~앞산(성불산)~비슬산으로 이어지는데, 연구산 정상인 대구 제일중학교 화단에는 지금도 거북돌이 있다. 옛날 대구 사람들은 연구산에서 기우제를 지냈으며 석빙고도 설치했다.

대구는 불기운이 강해 그런지 ‘대프리카’로 알려질 만큼 덥다. 시민의 성정도 불같이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튼 ‘대구 화재’가 더이상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 않길 바란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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