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수험생의 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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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1 07:54  |  수정 2019-07-01 07:56  |  발행일 2019-03-1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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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지난 번에 작년 수험생들의 착시현상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것을 읽고 어떤 부모님이 또 다른 착시현상은 없는지 질문을 했는데, 이번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려고 한다.

착각은 외부자극을 잘못 해석하거나 판단하는 현상으로 시각적 경험이 많아 착시라고도 한다. 이를테면 수평선의 달이 더 크게 보이는 달 착시(moon illusion) 현상도 있듯이 우리 수험생들도 자신의 과정에 대한 판단의 오해석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착시현상 중 하나는 듣고 본 것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착시다. 학생들은 여러 곳에서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혹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기도 한다. 이 시간은 엄밀히 말하면 학생 스스로 공부한 시간은 아니다. 이 시간들은 지식과 사고 방법을 깊고 넓게 만들고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재료를 수집한 시간일 뿐이다. 스스로 정리하고 소화하는 시간이 보태져야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이 듣고 본 시간을 공부시간에 포함시켜 ‘오늘 하루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착시이다. 양적으로는 많은 시간 공부한 것 같지만 질적으로는 모자라는 공부이다. 양의 착시에 빠진 것이다.

두 번째 착시는 소위 찍어서 맞춘 것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시험을 치거나 문제를 풀다보면 다른 네 개의 선지가 워낙 확실한 오답이기 때문에 나머지 하나가 당연히 답이라고 생각하고 체크한 경우 이것이 정답이면 충분히 아는 내용이라 간주할 수 있지만 때로는 고민되는 두 개 중 왠지 어느 것 하나가 답인 것 같아서 체크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정답이 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고 결국은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것을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고 지나간다. 맞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틀린 것부터 먼저 봐야겠다는 마음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 점수, 즉 숫자에 연연하다보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착시다.

세 번째 착시는 평가원 기출 문제를 한번 풀어본 것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과목의 평가원 기출 문제는 한번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단순히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출제의 규칙과 원리를 이해하며 이를 다른 문제에 적용시켜야 할 무궁무진한 공부 재료의 보고다. 그런데 단지 풀어본 것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착시다.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발전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야 보완점이 분명해지고 발전의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도 도출 가능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착시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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