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학습효율 낮은 아이, 또래 가르치기 해보세요

  • 이효설
  • |
  • 입력 2019-03-11 08:01  |  수정 2019-03-11 08:01  |  발행일 2019-03-11 제17면
“공부한 내용 아이가 설명 못하면 제대로 이해 안된 것”
20190311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한 초등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학습 시간에 비해 효율이 오르지 않는 자녀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적잖다. 아이가 배우고 문제집을 통해 확인할 때는 잘하는 것 같은데 며칠 뒤에 기억을 못하는 때가 많다.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학습효율이 낮은 것은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A: 걱정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학습 형태를 잘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학생의 부족한 공부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학원이나 학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우수한 선생님들의 인터넷 강의도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학습은 모두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생들은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읽고, 듣고, 보는 것보다는 직접 해 보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은 이미 학습효율성 피라미드로 정리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학습형태에 조금만 변화를 준다면 훨씬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보면 확인 가능
사진 활용 키워드 중심으로 말해도 도움



Q. 추천해 주고 싶은 학습 형태는 무엇이며 그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는 직접 해 보는 것이 좋지만 직접 해 보는 방법 중에서도 학습효율성 피라미드에서는 ‘서로 설명하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모 또는 동생을 대상으로 선생님이 되어보는 ‘또래 가르치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아,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그 문제 학원에서 배웠어. 실제로 풀어서 맞혔어’라고 이야기하지만 부모 앞에서 다시 풀어보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실제 아는 것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실제 아는 것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설명하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야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친 학습내용은 쉽게 잊히지 않고 온전한 앎으로 남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습니다.

또 또래 가르치기는 학생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배운 것으로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상대의 배움에 기여하는 기쁨은 생각보다 커서 다음 학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공부한 것을 지금 이 시간에 바로 그 결과를 확인받는다면 훨씬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Q. 아이 입장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

A: 학생의 경우 “오늘 공부한 것을 가르쳐 줘”라고 하면 요점 정리해 놓은 것을 그냥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설명하기를 통한 가르치기가 아니라 읽어주기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안내합니다.

첫째, 자기 말로 설명하도록 안내해 주세요. 또래 가르치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말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기록된 내용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로 정리해서 이해한 대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을 때 1시간이 넘는 영화의 줄거리를 아이들은 자신의 말로 잘 정리해 냅니다. 세련되지 않고 서툴더라도 반복적으로 자기 말로 정리해서 설명해 보도록 격려해 준다면 금세 또래 가르치기와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핵심 키워드를 기록하고 설명하도록 안내해 주세요. 오늘 공부한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핵심 키워드를 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임오군란에 대해 배웠다면 신식 군인, 차별, 불량 쌀 정도의 핵심 키워드를 기록해 두고 자신의 말로 살을 붙여가며 공부한 것을 가르쳐 보도록 합니다. 처음부터 전체 내용을 모두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만 핵심 키워드가 전체 정리를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사진·그래프·도표를 활용해서 설명하도록 안내해 주십시오. 공부한 내용을 설명할 때 사진 자료나 그래프·도표를 활용하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생각도 잘 나고 상대방도 훨씬 쉽게 이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작은 사진 한 장은 설명을 시작하는 귀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대구 신월초등 박종석 교사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