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마케팅, 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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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2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현재의 대구 경제를 큰 그림으로 보자면, 1970년대 이래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섬유와 기계·부품산업 등 전통 제조업 위주의 산업 지도를 신기술산업으로 개편하면서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해 가일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 취임 이후 ‘5+α’, 즉 미래형 자동차와 물, 의료, 로봇, 청정에너지, 스마트시티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의 산업포트폴리오로는 지역 경제를 이끌 만큼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부단한 R&D 노력으로 신소재 개발을 서둘렀어야 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섬유산업이나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자동차부품산업의 현실을 바라보면 만시지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신성장동력 산업이 제대로 굴러갈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의 여건만으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 판로확보와 판매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지속적인 제품홍보와 바이어와의 관계구축을 통해 1986년 3.5%에서 2018년 1.3%까지 떨어진 전국 수출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비록 작년에 대구 수출액 사상 처음 80억달러를 돌파했으나 12.3% 수준의 수출 증가세를 더욱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차별화 수준이 낮은 우리 수출 주력제품을 시장에 밀어 넣는(market push) 마케팅만이 지름길이다. 우리 주력 제품인 폴리에스테르직물이나 제동장치, 클러치 같은 자동차부품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득실거리는 소위 제품수명 주기상 성숙제품으로 제품력에 의해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는 신제품과는 달리, 가격이나 긴밀한 바이어와의 관계구축을 통해 강력한 마케팅 노력으로 매출을 올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동차부품은 빠른 시일 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수소차로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둘째, 업체들이 마케팅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신제품 개발을 위한 동기유발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현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사례가 많다. 시장이 신제품 아이디어의 산실이며 마케팅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 내수형 중소기업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제품 위주로 수출기업화하기 위해서는 제품홍보와 해외 유통망 확보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대구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면 산업 통합적 마케팅이 마케팅 역량강화의 지름길이다.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루어진 다단계 공정을 가진 산업일수록 산업통합적 마케팅은 아주 효과적이다. 섬유산업이나 기계·부품산업의 제품은 대체로 중간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업체별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당산업 산지의 경쟁력을 홍보하고 업체 브랜드에 산지 브랜드, 즉 원산지효과(country of origin effect)를 더하자는 것이다.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전국 유일의 대구시 공동관을 설치한 것도 산업통합적 마케팅 노력의 일환이다. 또 우리 지역 제조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인재난과 자금력의 한계로 개별 업체들의 노력만으로는 해외시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활동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것이 생산에서의 협업과 함께 산업 통합적인 마케팅노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산업 통합적 마케팅의 핵심은 해외시장 정보의 수집과 배포, 실효성 있는 판매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란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별 조합이나 업계단체가 이러한 기능 수행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지방자치단체가 협업체 조직의 촉발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를테면 수출 선도기업의 육성, 수출정보 네트워크의 허브, 마케팅클리닉, 협업체 조직화의 유도 등의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테크노파크와 같은 기업지원기관이 어떠한 형태로든 담당해야 할 일이다.

산업 통합적 마케팅은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의 조기정착과 빠른 성장을 이끌 탄탄한 기반을 닦는 일이기도 하다. 제품은 바뀌어도 대구는 글로벌 바이어들의 머릿속에 남기 때문이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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