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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벚꽃 뒤엔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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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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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展

피해자들의 절규·속삭임 담아

“살아야 하는 희망 전하고 싶어”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있는 지역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진 아래 검은 포대가 방사능 오염토이다.
전시 타이틀이 예사롭지 않다. ‘Cries and Whispers(절규와 속삭임)’. 반어적 표현이다. 대구 고미술거리 인근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의 주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8년을 기록한 사진을 만나 볼 수 있다. 일본의 중견 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사진>의 작업이다. 2011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를 말한다. 최악의 원전사고에도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을 감추는 데 급급하고 있다. 주민 대피 명령을 해제하고, 후쿠시마산 농축산물 팔아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한국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1심에서 패한 한국은 다음달 최종심에서도 패하면 후쿠시마 수산물을 다시 수입해야 한다.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들은 ‘후쿠시마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의 외침과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들은 이제 8년전의 이야기를 외부인에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전사고 당시의 ‘절규(Cries)’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 그들끼리만 ‘속삭임(Whispers)’을 통해 분노와 아픔을 삭이고 있다. 작가는 “피해자들은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슬픔이 없어진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분노가 존재한다. 분노와 아픔이 결코 정리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시 주제는 작품에도 오롯이 드러난다. 반어법적인 장치가 곳곳에 묻어 있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풍경 사진인데 무시무시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사진.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인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이 탐스럽다. 피난한 사람들이 돌아와서 벌인 축제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한 ‘소라색 밭’이 보인다. 방사능 오염토를 쌓아놓고 소라색 포장지로 덮어놓은 것이다. 축제 당시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배경을 삭제하고 축제 행렬만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제 정상”이라고 호도했다. 작가의 사진이 공개됐을 때 일본 사람들은 그제야 충격에 빠졌다. 작가는 “1개에 1t에 달하는 오염토가 무려 2천200만개에 달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나무나 숲은 제거하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석양이나 벚꽃을 배경으로 한 풍경 사진에도 오염토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작가는 “가능하면 아름답게 찍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 은폐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능 오염지역에 설치된 방사능 측정기를 제거하고 있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데도 기차역을 새로 만들었다. 일본이 정상이라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려는 심산이다.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기록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건이다. 30~50년 정도가 지나면 방사능 오염 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숲이 될 것”이라며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살 수 없는데, 사실 그곳에 가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3월12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3㎞ 떨어진 후타바마치에 들어간 8명의 저널리스트 중 한명이다. 원자로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의 대기 유출이 시작된 날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8년을 기록한 사진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다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의혹을 추적한 영화 ‘다이빙 벨’의 감독 안해룡씨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4월28일까지. 무료. (053)766-357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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