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오작동 잦다고 화재경보기 꺼놔…부실한 소방점검도 한몫 ‘총체적 인재’

  • 양승진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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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  발행일 2019-03-14 제9면   |  수정 2019-03-14
■ 대구 중부署 수사결과 발표
일부직원 손님보다 먼저 대피
대피로엔 물건 적재 피해키워
평소 오작동 잦다고 화재경보기 꺼놔…부실한 소방점검도 한몫 ‘총체적 인재’
윤종진 대구 중부경찰서장이 13일 중부서 화재수사본부에서 대보목욕탕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대보목욕탕(중구 포정동) 화재사고는 화재경보기 전원 임의 차단, 부실한 소방 점검, 구조 소홀 등 총체적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경찰서는 13일 목욕탕 업주, 상가 운영관리자, 소방공무원 등 1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목욕탕 업주 A씨(64), 상가 운영관리자 B씨(62), 상가 운영관리 실장 C씨(59)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전기·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용객 3명을 질식 등으로 숨지게 하고 84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를 받고 있다. 또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구둣방 주인 D씨(58) 등 3명은 화재 발생 이후 미흡한 구호조치로 피해를 확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결과 화재 당시 대보목욕탕 화재 경보기는 전원이 차단돼 작동하지 않았다. 불이 난 대보빌딩은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목욕탕이 위치한 4층부터 아래층에는 평소 경보기 오작동이 잦아 상가 운영관리실장 C씨가 임의로 전원을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5~7층(아파트) 경보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C씨는 경찰 수사에서 “경보기 오작동이 빈번해 상인·손님 등의 항의가 많아 전원을 차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목욕탕 직원들이 화재 초기에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구호조치도 미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목욕탕 직원은 이용객보다 먼저 대피했다. 화재 대처요령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불이 난 건물 4층 비상대피로에 물건이 적재돼 있고, 비상구 유도등 앞엔 이발소가 설치돼 있어 대피로 파악이 어려웠던 것도 피해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전 안전점검을 벌인 소방공무원 E씨 등이 지적사항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점검을 통해 발화지점인 구둣방 천장 부위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음에도 직접 조치를 하지 않고 유선으로만 확인한 뒤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E씨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 확대 등 법·제도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보빌딩은 판매업 등으로 허가가 난 1~3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1980년 9월 목욕장업으로 이용허가를 받은 4층 목욕탕은 면적이 913.9㎡로 소방시설법 시행령상 간이 스프링클러 시설 의무설치 기준(1천㎡)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개정법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는 규정이 없다. 앞으로 소방시설법을 건축시점이 아닌 건물 진단시점 기준으로 해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규정을 신설하고 국가안전대진단 제도를 개선하는 등 노후 건축물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목욕탕 업주 등 건물 안전관리책임자들이 화재 예방을 위한 전기·소방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고, 목욕탕 종사자들의 구호조치가 미흡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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