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사는 것이 너무 어려워…” 꿈은 9급 공무원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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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  발행일 2019-03-14 제21면   |  수정 2019-03-14
■ ‘요즘 애들’ 1990년대생
20190314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태어나 1990년대 대중문화 시대를 연 X세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나 인터넷 친화적인 Y세대. Y세대의 뒤를 이으며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에 태어나 모바일 및 SNS와 가장 가까운 Z세대까지. 한 사회에 주 소비층이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들이 있었다. 여기 X와 Y, Z로 설명이 안 되는 세대가 있다. 바로 1990년대생이다. 이들은 X세대 Y, Z세대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대중문화에 열광한 X세대처럼 아이돌을 좋아하며, 웹에 친숙한 Y세대이므로 무엇이든 인터넷에 물어본다. 또 SNS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정치, 경제, 가족관계, 소비 등의 영역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각종 신조어를 몰고 오기도 한다. 또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처럼 불의를 보면 참지 않기도 한다.

X·Y·Z 세대의 특징 공존하는 그들
SNS로 소통·짧고 튀는 콘텐츠 열광
줄임말 남발과 인싸·병맛‘문화코드’
‘빽·돈’입시·취업 현실엔 공정성 요구

◆계약직

대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박준우씨(가명·26)는 요즘 직장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 봄철 인사를 앞두고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60여명가량 일하는 곳에서 70% 이상이 계약직이다. 계약직의 70%는 20대들이다. 근무평가라는 무기를 쥔 상사에게 밉보였다가 느닷없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가거나 연봉계약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또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에 존재하는 벽도 있다. 스스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1993년생인 박씨가 대학에 갈 때는 복잡한 입시제도가 있었다. 수능, 내신, 논술, 면접, 수시, 정시 등 모든 것을 힘겹게 준비했다. 박씨는 “이 학원 저 학원 안 다녀본 곳이 없다. 대학 때도 스펙이 최고로 중요하다고 해서 스터디며 토익학원 등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힘들게 공부했지만, 박씨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20대 비정규직 비율은 32.3%로 30대(21%)나 40대(25%)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50대 비정규직 비율(34.2%)은 20대보다도 높고, 60대 비정규직 비율은 67.9%로 치솟는다. 2018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55~64세 767만명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1세(남성 51.4세, 여성 47.1세)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은퇴 연령은 72.9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결국 박씨처럼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결국 정규직이 된다 해도 40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50대에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해 노인이 되어서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정

90년대생의 또 다른 키워드는 공정이다. 사회 각분야에 공정함을 요구한다. 2016년 국정농단사태의 시발점도 결국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었다. 대구에서 운동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상협씨(27)는 “고위층의 자녀가 쉽게 대학에 입학하고, 또 군대에 가지 않는 등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위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90년대생들은 학종 시스템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불공정한 것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90년대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가 그나마 제일 공정한 채용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진교씨(26)는 “스펙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에서 공무원 시험은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 줄을 세우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선발시험 원서 접수에 4천987명 선발에 총 19만5천322명이 지원했다.

◆인싸와 병맛

인싸와 병맛. 이들의 문화 코드다. 90년대생들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어에서도 줄임말을 아주 많이 사용한다. ‘스압주의’ ‘빼빡캔트’ ‘TMI’ 등의 말이 대표적이다. ‘스압주의’는 스크롤 압박, 즉 너무 긴 게시물일 때 쓰는 말이고,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너무 많은 정보가 있을 시에 사용하는 말이다. SNS에 익숙한 이들은 긴 정보에 익숙하지 않다. 긴 정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SNS와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에 열광한다. 지금은 전 세대로 확산된 유튜브지만 열풍의 시작은 90년대생이었다. 대구교대 재학중인 박성경씨는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인싸와 병맛 코드의 인기 비결인 거 같다. 개인 단위의 콘텐츠가 증가하다보니 모두가 짧고 확 튀는 콘텐츠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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