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선] 평균적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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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4


평균이 때론 현상을 오판

모든 것의 정답일수 없어

평균낼 때 대표집단 한정

사회통용 기준 매우 낮아

성별의 차이는 고려돼야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지난 연말 10년 가까이 타던 차를 새 자동차로 바꾸었다. 같은 SUV 모델이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새 차는 이전에 없던 안전성과 편의성이 많이 보완되어 있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옛 차는 차체가 높아 한껏 다리를 들어 올려 마치 등반을 하듯 오르내려야 했다면 새 차는 지면에서의 높이가 낮아져 마치 승용차를 타듯 자연스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정장 스커트라도 입는 날이면 다리가 올라가지 않아 운전석에 엉덩이부터 들이밀어야 제대로 탈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영주차장 자동요금계산대에 신용카드를 투입하거나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영수증을 뺄 때 아무리 차를 기계 가까이 가져다 대어도 예전과 달리 손이 잘 닿지 않았다. 차창을 내리고 낑낑대며 몸을 밖으로 내다시피 해야 겨우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갑자기 팔이 짧아진 것도 아니고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체가 낮아지면서 운전석도 같이 낮아졌지만 창문은 기존대로 디자인되어 있어 상대적 거리가 멀어진 게 이유인 것 같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운전석을 위로 높이면 되는데 그렇게 하면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와의 거리가 멀어져 발을 제대로 쓸 수가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전석을 핸들 쪽으로 당기자니 무릎과의 간격이 좁아져 많이 불편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이 차 모델은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SUV를 선호하는 남성을 타깃층으로 설계된 것 같다는 의심이 생겼다.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미국 교육사상가 토드 로즈가 쓴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인용된 사례가 떠올랐다.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전투기 사고가 빈발해지면서 많은 조종사들의 추락사가 잇따랐던 것이다. 이를 조종사의 과실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추락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조사위가 꾸려졌고 이들은 사고 원인이 혹시 1926년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치수에 맞춰 설계된 조종석 때문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에 따라 당시 현역 조종사 4천63명의 항목별 평균 신체치수를 바탕으로 새롭게 조종석을 만들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 믿었다. 전체 조종사들의 키, 가슴둘레, 팔길이, 다리길이 등 10개 항목의 평균범위를 설정한 뒤 조종사 개개인의 신체치수를 이 평균치와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0개 항목 중 임의로 3개만 골라 비교해 보아도 전체의 3.5%만이 평균 범위에 들어왔다. ‘평균적인 조종사’라는 것이 결국 허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평균을 기준으로 조종석을 설계했지만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만든 셈이 된 것이다. 이후 미 공군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투기 제조사에 조종석을 변형가능하게 제작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조절 가능한 시트로 현재 자동차 좌석의 표준이 된 기술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평균이라는 것이 오히려 현상을 잘못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이 될 때가 있다. 대구시 남성인식교육인 ‘신통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빠들의 단골 소개멘트가 있다. “나는 평소 대한민국 남성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이때의 문제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성 평균의 기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실제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아직도 “내가 바람을 피웠나, 아내를 때리기라도 했나”라는 말을 당당히 내뱉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아닌가. 이와 다른 오류는 평균을 낼 때 집단별 차이를 보지 않고 대표 집단에만 한정하는 경우다. 예전에는 신약을 개발하면서 젊은 청년남성만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했다. 노약자나 여성에게 신 약물이 미치는 영향은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평균이 모든 것의 정답일 수는 없다. 평균적인 사람은 없다. 특히 성별의 차이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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