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 포장만 해서는 안돼, 중앙권력 분산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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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5   |  발행일 2019-03-15 제23면   |  수정 2019-03-15

집권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14일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합의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요구해 온 사안들이 일정부분 포함됐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력회의’를 설치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제2국무회의’를 구체화한 것이다. 시·도 의회 사무직원 인사권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한다. 지방의회 파견 공무원을 시장, 도지사가 임명함으로써 지방의회의 독자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여기다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풀 제도’를 도입한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와 달리 자신들을 보좌할 비서진이 없어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방의회는 최근 예천군의원의 해외연수 폭행사건, 인사·건설 비리로 지탄을 받아왔다. 외부의 객관적 인사들로 윤리위를 구성해 감시 역할을 붙인다면 지방의회의 부정적 기능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명에 대한 임명권, 이·통장 수당 현실화, 주민 직접 조례발안제 도입규정도 마련했다.

개정안은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어 야당의 협조가 있다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낮은 수준의 자치 역량을 높이는 측면은 있지만 중앙권력의 분산이란 보다 혁신적 개혁안은 부재해, 여전히 껍데기 지방자치 개선안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예를 들면 지방의회의 조례 입법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지방자치법 22조에 대한 개선안이 빠졌다. 22조는 주민에 대한 권리, 의무를 지방의회가 부과할 시, 상위 법령에 위임된 것만 허용토록 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방자치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규정이다. 최근의 미세먼지 이슈만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성을 갖고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 당·정·청이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은 좋지만 포장만 잔뜩하고 내실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선안은 또한 지방자치법에만 국한됐다. 차제에 당·정·청은 중앙권한의 감축과 이양, 지방재정의 획기적 개선, 나아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됐던 지방분권 헌법개정을 포함해 보다 차원높은 논의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지방자치법뿐만 아니라 지방재정, 국세, 지방세, 나아가 헌법까지도 자치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바꾼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지방자치가 보다 성숙한 단계로 돌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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