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품 향응 오가는 조합장 선거 근본적 개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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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5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났지만 후유증과 여진은 그대로 남았다. 선거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혼탁 양상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심해져 이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문제를 숙제로 남겼다. 선거법 손질과 함께 조합장 권한 축소와 투명한 예산 집행 등 선거 부정을 원천적으로 경감하거나 차단할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위탁선거법이 오히려 밀실·폐쇄 선거구도를 조장하며 은밀한 매표(買票) 행위까지 부추겼다는 비판이 도마에 올랐다. 조합장 선거 공영제 전반은 물론 조합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개선안 마련이 절실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는 데다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짧아 신진 후보자들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책과 인물을 알릴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 때문에 현직 조합장과 고위 공직자 출신 등 지역 유지급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처럼 극히 제한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오히려 선거 과열을 부추기고 금품 살포를 유혹한다면 일반선거처럼 손과 발을 과감하게 푸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손질돼야 마땅하다.

금품 향응 제공은 일반선거와 달리 적은 수의 유권자(조합원)를 상대로 하는 조합장 선거 특성을 감안한다면 선거법 하나로만 근절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는다. 두말 할 필요없이 가장 효율적인 개선방안은 억대 연봉에, 그에 버금가는 업무추진비와 조합 직원에 대한 인사권 등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한을 명예직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뿌린 만큼 거둘 수 있는 이권 구조가 아니라면 돈을 뿌리는 금권·타락 선거는 자연스럽게 숙지게 된다. 조합 내부적으로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관은 물론 이를 강제할 조합법의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감독도 깨끗한 선거정착과 건전한 조합 운영의 필수 요소다. 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게 아니라 조합장을 필두로 한 ‘토호들의 리그’로 지탄받는 이면에는 조합원들의 권리 방기 책임도 가볍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무자격 조합원 논란과 조합 비리를 포함한 조합장의 전횡과 이권 개입은 사법권 등 외부의 힘만으로 막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이다. 제도개선과 함께 조합원의 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의 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조합장의 권한이 축소되지 않고서는 농어민 회원들을 위한 조합이라는 소리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게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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